근로복지공단·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 등 5개 노조로 구성된 ‘전국사회보장기관 노동조합연대’(사노연대)가 12일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으로 인한 노동 조건 악화와 실적 경쟁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사노연대에 따르면, 현 정부가 기관별로 매일 일자리 안정자금 접수 건수를 할당하는 등 실적을 압박하고 있어 조합원들이 고유 업무를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률 16.4%가 이런 문제까지 유발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판도라의 상자가 돼 버렸고, 정부 실패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기차가 된 형국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제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할 위험성이 큰 3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1인당 월 13만 원까지 보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도다. 즉,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올해 예산 3조 원을 사업주를 대신해 정부가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정부만 생색을 내는 형국이다 보니 정작 영세 사업주들은 이 지원금 신청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이다. 즉, 지원금을 신청하게 되면 4대 보험료를 추가로 지급해야 함은 물론, 소득 자료의 노출 등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고 근로자를 착취하는 사업주와 탈세를 일삼는 사업자가 더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공정사회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점에서 노동시장의 공정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에는 노동시장의 공정성이란 용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국가가 고용주이기 때문이다. 즉, 권력이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 경우 노동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에는 정부가 공정성에 대한 판단 기준들을 제시하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 노동시장에 개입해 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하는 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노동시장은 작아진다는 사실이다. 즉,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노동경제학자와 노동법학자들은 노동시장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해 왔으며, 이를 고용시장의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그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어찌 보면, 이번 사노연대 사태는 이러한 고용시장의 유연화라는 대원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현 정부의 착오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그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권력을 이용해 민간기업들에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도록 유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시행 첫 달인 지난 1월에는 신청률이 3%대에 머물렀지만, 사노연대 소속 기관들에 할당한 이후에는 급증해 지난 9일 기준 정부 목표(236만여 명)의 47.5%에 해당하는 112만여 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문 대통령도 “작지 않은 성과”라고 평가하는 등 고무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제도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 확대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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