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다 보면 귀의 통증으로 고생할 때가 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불편해 귀의 압력 차이를 정상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증상을 소홀히 하면 항공성 중이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필자 역시도 얼마 전 심한 감기에 걸린 채로 비행하다 귀의 통증을 느껴 병원에 들렀더니 고막에 피멍이 들었다는 진단을 받고 한동안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감기는 환절기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대표질환이지만 항공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이런 면에서 단순히 넘길 수 없는 복병이다.

갓 태어나 어른의 손보다 겨우 조금 큰 아기가 항공기에 탑승하면 승무원들은 물론 아기의 부모님들도 긴장하게 된다. 이·착륙 시 귀에 통증이 느껴질 때 어른들은 침을 삼키거나 발살바요법(항공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기압으로 생기는 귀의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 코를 막고 코를 푸는 것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을 쓰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동원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들은 우는 것으로 아픔을 호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지금 난 몹시 불편해’라는 절박한 도움의 요청이자 말 대신 의사를 표현하는 자연의 신비다. 이런 경우 말 못하는 아기가 안쓰러운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들도 당황하여 귀까지 붉게 달아오르는 상황을 흔히 만나게 된다.

그럴 때면 승무원들은 주위 승객들에게 열심히 이어플러그를 나누어 드리고, 당황한 부모님을 안심시키고자 여러 노력을 한다.

또 아기가 젖병을 빨고 물을 마시려고 하는 것으로 기압이 자연스레 조절되는 경우도 있음을 설명하기도 한다. 우는 것으로 불편함을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고 불편한 점을 해결하고자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말하지 않으면 승객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한지 알 수 없어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한편 비행 중 항공기 엔진 소리가 생각보다 큰 편이어서 꾸준히 이에 노출된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대화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귀에 손을 대고 상대편에게 몸을 기울이는 습관이 있다. 승객들 역시 기내에서 말이 잘 안 들리는 줄 몰랐다고 말씀을 하시곤 한다. 승무원들이 최대한 잘 듣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콜라를 킹콩으로 알아듣고 눈이 동그래지는 경우라든지, 기내 면세품 판매를 할 때 화이트닝 에센스를 맞은 편 승무원에게 요청했는데 ‘파이팅’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라든지…. 이렇듯 비행 중 귀를 크게 열어야 하는 순간은 승객의 요청을 들을 때뿐만 아니라 승무원 간의 대화에도 적용된다.

비행 중 본의 아니게 함께 고생하는 귀의 건강 그리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며 열려있는 비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비록 잘 못 알아듣는 해프닝이 발생하더라도 열려있는 마음으로 우리 승무원들은 항상 승객의 말을 청취할 자세가 돼 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에서 좋은 팀워크가 생기고 좋은 비행으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비행 전 항공기 외부 안전 점검을 나가는 기장님에게 이어플러그를 건네 드리는 것 역시 소음에 늘 노출돼 있는 동료를 향한 작은 마음의 표현이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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