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 평론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산문을 3권의 책으로 묶은 논픽션 전집이다.
보르헤스는 단편소설 등을 통해 허구를 주제로 가상과 실재, 기억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경하고 낯선 풍경을 보여줬던 세계적인 문호다. 그의 문학작품에는 의도적으로 진짜와 가짜를 뒤집은 배열, 꿈속에서나 나올 듯한 기이한 장면들, 악당들의 세상이 수시로 등장한다. 환상적인 리얼리즘이라고 불렸던 이런 그의 저술은 구조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할 때 꼭 등장할 정도로 20세기 서양 철학 사조에 영향을 줬다.
더불어 상상력, 형식, 주제, 문체 등에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체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보르헤스가 생전에 남긴 작품의 수는 적다. 시집, 단편 소설집, 산문집 등을 모두 합쳐 20여 권 안팎이다. 인터뷰와 강연문까지 모두 합친대도 결코 많은 편은 아니다. 시인으로 문단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보르헤스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구축해낸 단편소설로 명성을 쌓았다. 특히 1944년 출간한 단편 소설집 ‘픽션들’에 실린 작품들은 이른바 ‘보르헤스적’이라는 새로운 사조로 구분될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유전적인 이유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갔던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은 뒤에는 다시 시와 에세이 분야에 전념했다.
보르헤스는 철학사상과 민속학, 국가 정치와 문화, 리뷰, 비평에서 강의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산문을 남겼다. 논픽션 전집은 이런 그의 산문을 추려내서 실었다.
논픽션 전집은 총 3권으로, 1권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에서는 조국 아르헨티나의 언어에 대한 고찰과 민족적 전통, 특질 등을 다룬 글이 실려있고, 2권 ‘영원성의 역사’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문학적 전통에 대한 저자의 관심사가 사실주의, 독자와 텍스트의 관계 등으로 확장되다 영미문학의 거장을 거쳐 영화 매체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3권 ‘말하는 보르헤스’는 벨그라노 대학에서의 특강과 부에노스아이레스 콜리세오 극장에서의 강연 등을 묶어서 낸 책이다.
장편은 한 편도 쓰지 않고 평생 단편소설만 써온 보르헤스 작품의 특징은 각각의 작품을 따로 봐도 좋지만, 단편집 한 권에 묶어 놓았을 때 그 저자의 목소리와 감동이 훨씬 배가된다는 것. 한 편 한 편의 단편이 순서대로 세심하게 배열되면서 유기적인 생명을 얻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음악가가 만든 곡으로 맥락을 만들어서 하나의 스토리 구조를 갖는 앨범을 만들어내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보르헤스의 논픽션만을 모아서 출간한 이 전집은 그의 사유는 물론이고, 이런 사유를 하게 된 맥락까지를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1권 520쪽, 1만9000원. 2권 432쪽, 1만9000원. 3권 308쪽, 1만8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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