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더 잘 살아야죠, 엄마니까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를 마친 배우 이보영(사진)은 눈가를 촉촉이 적시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상처받는 아이를 위해 그 아이의 엄마가 되려는 수진 역을 맡았다. ‘낳은 정’과 ‘기른 정’, 그 크기의 차이는 결코 잴 수 없고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모성애가 존재한다는 것을 웅변하는 드라마였다. 지난 2015년 출산 후 한 아이를 기르고 있는 이보영은 “내가 실제로 엄마가 아니었다면 이 역할을 못 맡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세상 모든 아이가 소중하고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엄마가 되기 전 ‘마더’에 출연했으면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을 거예요. 미운 짓 하는 것까지 저와 닮은 구석이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모든 아이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마더’의 폐부를 찌르는 대사는 이보영의 진중한 연기를 통해 배가됐다. 남루한 아이에게 손톱깎이를 내밀며 ‘지저분한 아이는 공격받는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충고하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보영 역시 그 대사들로 스스로 위안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보영은 데뷔 초기 모 항공사 모델로 알려지며 세련된 이미지로 각인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연기파 배우로 돌아섰다. 그 기점은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선정됐던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역을 맡아 감정이 바닥을 치는 연기를 경험한 후 이보영의 연기색은 달라졌다. 그리고 최근작 ‘신의 선물’ ‘귓속말’ ‘마더’ 등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 선보였다. “연기하기 힘든 작품을 계속 맡는 것 같지만, 제게 섭외 제안이 오는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고르고 있어요. 제 나이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아요. 연기파 배우로 바뀌었다는 평가는 정말 감사해요. 연기를 잘하고 싶었거든요.”
이보영은 남편인 지성과 함께 연말 방송사 연기대상을 받으며 ‘대상 부부’라 불린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이보영은 영락없는 엄마다. ‘마더’의 촬영이 한창이던 3월 초에도 딸의 유치원 입학식에 다녀왔다. 워킹맘으로서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이보영은 딸을 보며 이렇게 다짐한다. “우리 아이가 저희로 인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뭔가 잘못하면 아이가 힘들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더 커요. 딸이 부모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창피해하면서 ‘엄마 학교 오지마’라고 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남편과 저 모두 부모로서 ‘더 잘 살아야지’라고 마음먹곤 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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