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를 그리려다 잘못되면 그런대로 집오리와 비슷하지만, 호랑이를 그리려다 잘못되면 도리어 개와 비슷하게 된다.
중국 남북조 시대 역사가인 범엽(范曄)이 쓴 ‘후한서(後漢書)’의 마원전(馬援傳)에 나오는 구절이다. 마원은 광무제(光武帝)를 도와 후한의 건립에 공을 세웠으며 노익장(老益壯)의 성어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조카들이 세사에 비웃기를 좋아하고 협객들과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편지를 썼다. 그는 먼저 조카들이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을 꾸짖은 다음에 교우 관계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충고했다. 마원은 신중하면서도 겸허하고 청렴함과 위엄을 갖춘 용백고(龍伯高)라는 선비형 인물과 의협심·호기가 있고 좋은 사람 싫은 사람 가리지 않는 두계량(杜季良)이라는 협객형 인물을 들면서, 용백고를 닮으려고 하면 백조는 못 돼도 오리는 될 수 있지만, 두계량을 흉내 내다 보면 호랑이가 되려다 개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원의 충고에 조카들은 크게 뉘우치고 행실을 고쳤다고 한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체로 성향이 유사한 사람들끼리 잘 어울린다. 그런데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점차 그들을 닮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친구를 사귀거나 사람을 따를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젊을 때는 제대로 된 실력과 깊은 인품을 갖춘 사람보다는 겉으로 볼 때 멋있고 인기 있는 사람에게 현혹되기 쉽다. 전자를 따르면 자기 능력이 부족해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해도 배워 얻는 것이 많다. 그러나 후자를 따르면 당장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국은 별로 얻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인생을 망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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