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라인을 군 출신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인 편애’는 유별나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 콤비 존 켈리 비서실장, 트럼프가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3성 장군 출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육사 수석의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국무장관 기용, 주한미대사에 월터 샤프,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 기용설까지 나온다.
트럼프의 군 출신 중용은, 미국 사회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군인에 대한 특별한 존경심과 선호도를 반영했다. 비주류인 트럼프의 ‘워싱턴 정치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등 정치철학적 동인이 크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 200년간 워싱턴의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민간연구소 연구원, 로비스트 등 미국에 생긴 귀족을 없애고 ‘평민의 나라’ 회복을 부르짖으며 당선됐다. 트럼프는 워싱턴 정치판을 ‘스왐프(Swamp·썩은 늪)’에 비유, 늪의 물을 말리는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공언했다. ‘힘을 통한 외교’를 내세운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실패한 ‘완전한 비핵화’의 대업을 완수하기 위해 군사 전략·작전·정보에 정통한 충직한 참모들을 우군으로 채우고 있다.
비핵화는 미·중의 세계 군사패권 전략과 직결된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남중국해 구단선(九段線) 선포로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에 도전하자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포위했다. 지난해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비한 미·중의 밀약은 급기야 중국의 실질적 대북 제재 동참으로 이어졌다. 동북아 판도 변화를 감지한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비핵화 대화 제의를 시도한 배경이다. 김정은으로선 ‘경제 제재에 의한 체제 붕괴’ 위험에 앞서 미국 군 출신 매파들의 선제공격 위협에 의한 자신의 생명 안전을 도모하는 게 더 급했다.
김정은은 혈육 김여정과 충복 김영철을 한국에 보내 체제 안전과 정권의 존속 보장책을 요구했다. 결국 판 전체를 뒤흔드는 생존전략을 선보일 차례다.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단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 사찰·검증에 몇 년이 걸릴 비핵화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트럼프와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수시로 들먹이면서 주한미군이 동북아 안보의 ‘상수’에서 ‘변수’로 바뀌고 있는 것을 김정은이 놓칠 리 없다. 주한미군, 한·미연합훈련 변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중국의 군사안보 이해와도 연관된 한·미 균열과 미·중 분열책동을 경계해야 한다. 미·북 정상회담 실패는 미국 대북 강경파의 군사 옵션 유혹을 부추길 수 있다. 트럼프는 북한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폼페이오 국장을 국무장관에 기용, 미리 배수진을 쳤다.
군 출신을 배제하다시피 한 비둘기파 일색의 문재인 정부는 30년간 해결하지 못한 북핵 문제를 정상회담 한두 번으로 단칼에 해결하겠다는 과욕부터 버리는 게 현명하다. 동북아 판도 변화에 어둡고, 김정은이 주도하는 동북아 판 흔들기 페이스에 계속 말려들면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변수는 정국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한·미·일·중의 빈틈없는 공조 없이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cs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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