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 늘며 발주 기대감 커져
中 업체 저가공세 등 걸림돌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반등을 이끌었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폐선이 증가해 선사들의 신규 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이어져 온 기존 발주 물량이 과다한 데다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로 국내 조선업계가 VLCC 신규 발주 수혜를 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조선해운 전문지 ‘스플래시247’은 19일 올해 3월 현재 15대의 VLCC가 폐선을 위해 매매돼 지난해 전체 VLCC 폐선량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기존에 VLCC였다 부유식원유하역설비(FSO) 등으로 개조됐던 선박도 2척이나 폐선을 위해 팔렸다.

또 노르웨이 선사 프런트라인이 5척 이상의 VLCC를 올해 안에 추가로 폐선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앞으로도 VLCC 폐선이 증가할 전망이다.

폐선량이 증가하는 것은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환경규제를 앞두고 선박 교체를 추구하는 선주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박중계업체 EA깁슨에 따르면 올해 폐선 선박의 연령은 지난해 21.5년에서 18.5년으로 낮아졌다.

VLCC 폐선에 따른 새로운 수요에 대한 가능성이 나와야 하지만, 업계와 관계자들은 향후 VLCC 시장에 대해 다소 비관적이다. EA깁슨은 올해 인도될 VLCC의 수만 46척에 이르기 때문에 전체 VLCC 수는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정체 상태라 VLCC의 신규 발주도 많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조선사의 저가 공세로 국내 VLCC 수주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대한해운으로부터 VLCC 2척을 1856억 원(1척당 약 8650만 달러)에 수주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쿠웨이트 국영선사인 KOTC는 중국 보하이 조선과 7900만 달러에 VLCC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건조 기간에서 한국 조선업체의 경쟁력은 여전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가 계속될 경우 이 같은 경쟁력이 무색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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