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51×68×4㎝,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17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51×68×4㎝,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17
하녀 그리트가 델프트의 거장 얀 페르메이르(Jan Vermeer)의 침침한 화실 덧창을 여는 순간 눈 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올 때가 이랬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의 한 장면이다. 진부한 듯하나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빛의 극적이고 낭만적인 감동을 중시하는 바로크 화가들이 즐겨 구사했던 패턴이다.

이런 맥락의 작품이 동서고금에 적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새 버전이 나타났다. 황선태, 그는 유리판을 컨버스로, 조명을 안료로 한 빛의 마술사다. 보자기만 한 넓이의 볕이지만, 행복한 기운이 집 안 가득 감돈다. 안으로 초대된 우리는 아늑함을 음미하는 우아한 손님이자 찬미자가 된다.

한지 창호에서도 보듯 ‘빛과 그림자’ ‘on-off’ ‘안과 밖’ ‘들여다봄과 내다봄’은 상극이 아니다. 함께했을 때 시너지가 배가되는, 또한 언제고 배역을 주고받을 이웃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도시미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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