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경찰 등 사법당국의 고문치사 사건으로 숨진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 열사가 지난 1987년 1월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숨진 지 31년 만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관련 피해자 유족을 만나 사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총장은 20일 오후 박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89) 씨가 입원해 있는 부산 수영구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 총장은 박 씨에게 “아버님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부디 원기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너무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과거 정부가 잘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저희가 더욱 노력해서 좋은 나라 만들겠습니다”라며 사과했다. 사과의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박 씨는 “감사해요. 고마워요”라며 화답했다. 박 열사 누나 은숙 씨가 “아버지, 총장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없어요”라고 묻자 “됐어, 지금이 최고로 좋은 상태야. 괜찮다”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는 박정식 부산고검장과 검찰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이번 방문은 문 총장이 지난달 초 ‘박종철 열사 기념사업회’에 박 열사 아버지와의 만남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앞서 문 총장은 지난해 7월 25일 취임 직후 공식 석상에서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나 인권 보장의 책무를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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