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와 함께하는 ‘아빠 육아’
언어치료사로 활동 김태규씨
낯설어하는 아이 모습에 충격
육아 필요성 깨닫고 적극 참여
대화시간 늘고 다툼도 사라져
100인의 아빠단 캠페인 동참
육아 아빠들과 노하우 등 공유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함께한다’는 인식 더 중요
◇아빠 육아, 곧 가정의 행복 = 언어치료사로 활동 중인 김태규(34) 씨 역시 아빠 육아 애찬론자다. 맞벌이 부부로 육아에 소극적이었다가 필요성을 느낀 후 아빠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 1명 키우기도 어렵다지만, 얼마 전에는 둘째까지 낳았다. 김 씨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아내와 사이도 좋아졌고, 가정도 행복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1일 “아이가 처음 생겼을 때는 내가 아이를 돌보면 자꾸 실수하니까 잘 안 했던 것 같다”며 “맞벌이하는 아내도 육아가 처음이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결국 아내와 다툼도 많았고, 육아에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아이가 자신을 낯설어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언어치료사로서 직장에서 낯을 가리는 아이에 대해 상담해왔는데 그런 상황이 자신에게 온 데 대한 충격이었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불안 증상(SAD·Separation Anxiety Disorder)도 보였다. 김 씨는 아빠 육아 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가다듬었고, 보건복지부에서 저출산 인식 개선 캠페인으로 마련한 ‘100인의 아빠단’에 참여하게 됐다. 육아에 관심 있는 아빠 100명을 선정해 육아를 즐겁게 하기 위한 고민을 서로 나누고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모임이다.
김 씨는 “제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아내가 조금 더 다른 곳에 힘을 쏟을 수 있고, 대화 시간도 많아지고, 다툼도 사라져 가족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육체적으로 조금 힘든 부분도 있었으나, 아이와 가까워지고 가족이 행복해지면서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아이가 아빠랑 놀면 사회성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기는 건 부가적인 측면이다.
김 씨는 100인의 아빠단 6기 초보 아빠에서 최우수 아빠로 선정됐다. 100인의 아빠단 7기의 멘토로도 활동하게 됐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저출산 극복의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 시간 비중이 50%포인트 높아지면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 확률이 3.5%포인트 높아지고, 출산 확률 역시 1.3%포인트 증가했다.
◇가족문화 개선 시급 = 불행히도 아빠 육아 참여에 대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낸 ‘기혼여성의 재량시간 활용과 시간관리 실태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가사 관리에 쓰는 시간의 경우 여성은 174분이지만, 남성은 22분에 불과했다. 또 아이 돌봄 시간 역시 아빠는 23분으로 엄마 71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자녀에게 가장 부모가 필요한 때인 미취학 시기에 부부의 아이 돌봄 시간을 살펴봐도 여성이 124시간인 데 반해 남성은 62시간에 그쳤다.
이는 여전히 육아는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가부장적 인식이 남아 있는 탓이다. 복지부의 ‘2015년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자녀 양육에 대한 부부간 역할 분담 인식은 부부 공동 부담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대부분의 활동(놀아주기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 아내가 담당이라는 의견이 남편 담당이라는 의견보다 많았다. 이는 부부간 다툼 등으로 이어지고, 자녀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8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짧았다. OECD 평균은 151분이었다. 특히 아빠와 아이의 교감 시간은 하루 6분(OECD 평균 47분)에 그친다.
아빠 육아를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빠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자들은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김태규 씨는 “무엇인가 아이에게 해준다고 생각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반응이 없으면 지칠 수 있다”며 “아이에게 뭘 해줘야겠다고, 놀아주겠다고 하기보다 아이는 물론 나도 즐겁게 논다는 개념으로 육아에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내가 이만큼 육아에 투자했으니까, 힘듦을 감수했으니까, 이 정도 하면 되겠지 생각하면 육아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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