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물은 한국 현대건축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김수근(1931∼1986)이 작고한 해인 1986년에 준공된 불광동성당이다. 경남 마산의 양덕성당, 서울 장충동의 경동교회와 함께 김수근의 3대 종교 건축물로 꼽히며 한국의 100대 건축물에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건축사적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은 이 건물을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서울시 미래유산이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미래 세대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 유산이며, 주요 사건이나 생활상을 보여주는 건축·물품·문화·기술 모두를 아우른다.
불광동성당에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공간 구성’이라는 김수근 건축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본당과 보조동 건물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성당은 한국적인 스케일을 중요시한 김수근의 건축 설계기법에 따라 거대한 덩어리보다는 작은 개체가 모여서 하나를 이루는 형태로 지어져 있다.
그러나 그처럼 우리 전통을 지켜내면서 동시에 작은 개체들을 여러 명의 사도가 모여 서 있는 모습으로 은유적으로 재현, 건물의 용도를 세련되면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건물은 멀리서 보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이는 불광동성당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킨다고도 주장한다.
또 출입문이 정면에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측면에 작게 나 있는데 그 통로를 통과해 본당인 대성전에 이르는 길은 신도들에게 그 자체로 하나의 종교적 체험처럼 여겨진다고 가톨릭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성당 마당에서 경사진 진입로를 따라 올라 내부 홀을 관통하고 다시 밖으로 이어지는 길은 성전 외벽을 감싸며 십자가의 길과 함께 기도와 묵상의 공간을 신도들에게 제공한다. 이 같은 동선은 건물 뒤편의 성모동산에서 정점을 이루며 대성전 입구와 만나도록 해준다. 대성전 내부에는 사면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신비로운 빛’이 방문객을 맞는다.
그 같은 공간 분할 기법에서도 역시 ‘미궁’을 연상시키는 김수근 건축의 특징을 다시 한 번 만나게 된다. 한편 건물 주변에는 유명한 작가들의 미술품이 곳곳에 있다. 특히 성당 마당의 예수성심상과 성 김대건 신부상 등은 조각가 고 김세중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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