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 대사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한국계 은행과 기업 광고 간판이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베트남 청소년 축구팀을 아시아 축구 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 이야기를 한다. 하노이 최신식 호텔인 롯데호텔 지하에 있는 롯데마트는 베트남 부유층의 대표적 쇼핑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한국에 대한 호감과 인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과거의 불행했던 한 시대를 접고 수교를 추진했을 당시 우리 양국의 초심은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한다)로 표현됐다. 소나무와 잣나무 관계의 핵심은 중장기적 관점의 상호 이익과 신뢰에 있다. 그 초심이 양국의 관계를 지난 25년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초가 됐다.

베트남은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전해 받아 개혁개방(Doi Moi)을 성공시키려 했고, 한국은 베트남을 전 세계로 향한 생산기지로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한국은 베트남을 공적원조(ODA) 최우선 대상국으로 정하고 한국의 발전 경험과 그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을 공유하는 한편, 베트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병원·학교·직업교육 등 다양한 무상 원조 사업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중심으로 전개했다. 봉사단원들의 땀과 열정도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베트남에 대한 우리의 진정한 마음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한국민과 베트남 국민의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았다면 수교 25년 만에 한국이 베트남의 2대 교역국이자 제1위 투자국이 되고, 베트남이 한국의 4대 교역국이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중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로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외교부 후원으로 지난 15일 하노이에서 개최한 한-베 공공외교 포럼에서 필자는 한국 외교부를 대표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조연설을 했다. 베트남 측에서는 한국과의 관계 발전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에 대한 아쉬운 점도 주문해 왔다. 베트남의 수요를 더 잘 반영하는 수원국(受援國) 중심의 개발 협력, 무역 불균형 개선을 위한 한국 시장의 개방 확대, 한국 투자 기업의 수익 현지 환원 확대를 요청했다. 또, 다문화 가정에 대한 포용적 정책,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우 개선 필요성과 함께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정치사회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얻는 공공외교도 성공하기 어렵고, 진정한 우군으로 만들기도 힘들 것이다.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의 새로운 성공 25년을 향한 여정의 첫해이자 문 대통령이 제시한 신(新)남방정책의 시작점이다. ‘아세안과 더불어 잘사는 사람 중심의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실현의 첫걸음이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다. 한-베 관계의 발전이 우리 외교 전략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높다. 문 대통령이 한-베 관계를 사돈 관계를 넘어 가족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베 양국이 가족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과 마음을 잇는 공공외교다. 이런 점에서 한-베 양국민 간 상호 이해와 소통, 존중과 배려, 나아가 신뢰를 형성하는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에 더 많은 열정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공공외교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민간단체 및 국민 모두가 공공외교관으로서 참여할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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