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상한 것은 ‘염소’의 방언인 ‘얌생이’가 ‘남의 물건을 조금씩 슬쩍슬쩍 훔쳐 내는 짓’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점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해방 후 미군정(美軍政) 시절, 막 독립한 한국을 돕기 위한 원조물자가 미국에서 부산 미군 부대로 들어왔다. 이 물자를 훔쳐 내다 파는 도둑이 많아 경비가 삼엄했는데, 어느 날 물자를 쌓아놓은 철망 안쪽으로 염소 한 마리가 들어왔다. 당황한 주인은 미군 초병에게 양해를 구해 염소를 쫓아 철망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물건을 슬쩍 훔쳐 나왔다. 여기에 맛을 들인 염소 주인은 계획적으로 염소를 철망 안으로 몰아넣고는 들어가서 물건 훔치기를 거듭했다. 그러다 들통이 나 결국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고 한다.
이런 일을 배경으로 해서 계획적으로 다른 일을 빙자해 물건을 훔쳐내는 것을 ‘얌생이 몰다’라고 표현했고, 이 같은 관용구적 의미에서 ‘얌생이’에 ‘물건을 훔쳐 내는 짓’ 또는 ‘그 같은 짓을 하는 사람(도적)’이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전자를 ‘얌생이짓’, 후자를 ‘얌생이꾼’이라고도 한다. ‘얌생이’에는 이 두 가지 뜻이 있으니 사전의 의미 기술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터무니없는 핑계를 대고 남의 물건을 몰래 훔쳐 나오는 사람은 약고 비열한 사람이다. 그리하여 ‘얌생이’에 ‘얌체’라는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물론 ‘얌생이’에 ‘얌체’라는 의미가 생겨난 데에는 뾰족한 턱에 수염이 난 염소의 얄미운 모습을 연상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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