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가의 분열을 가장 경계한다. 대만은 중국에 비하면 조그마한 땅덩어리에 불과하지만, 그 상징은 결코 작지 않다. 대만의 독립은 홍콩, 마카오의 독립을 넘어 소수민족의 독립으로 확산될 수 있고, 이는 곧 중국의 분열을 뜻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분리주의자는 가장 용납할 수 없는 범죄자가 된다. 심지어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들조차 대부분 분리주의에는 반대한다. 이처럼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은,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중국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법이자, 이념이자, 진리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미국의 대만여행법은 대놓고 이 원칙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중국이 단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설마 단교까지 이어질까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만큼 이 갈등은 중국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즉 역린을 건드리는 사안이다. 특히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시도를 중국고립정책이자 중국분리정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반발의 정도는 생각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미국이 중국의 반응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중국에는 ‘반분열국가법’이 있다. 2005년 실행된 법안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대만과의 관계에서 중국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논지이다. 대만이 독립을 꾀하거나 대만과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중국은 비평화적 방법, 즉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중국이 대만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로, 결코 대만의 독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대만여행법’을 만들고 있으니 앞으로 중국의 거센 반발은 불을 보듯 훤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미국의 이러한 반중국적 행동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듯하다. 마치 한국에서 북풍이나 대일관계가 국내정치에 영향을 주듯이,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중국의 정서를 자극하고 국내적으로 단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최대 라이벌을 미국이라고 본다. 미국을 가장 의식하고 또 가장 경계한다. 따라서 미국이 외부에서 중국을 자극하면 내부적으로는 단결하게 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미국이 생각하지 못한 역효과일 것이다. 아마 중국의 헌법 개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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