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7년의 밤’(사진)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소설은 누적 판매 부수 50만 부를 넘긴 스테디셀러로, 2011년 출간돼 100쇄를 돌파했다. 우발적 사고와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한 살인사건이 처절한 피의 복수와 인간 파멸을 부르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해 큰 호평을 받았다. 정 작가 특유의 빠르고 강력한 내러티브와 군더더기 없는 문체, 거듭되는 반전으로 최고의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재탄생한 ‘7년의 밤’은 여러 면에서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가장 아쉬운 건 이야기의 흐름이다. 소설의 백미는 톱니바퀴처럼 잘 짜인 구조에 있다. 우발적 사고에서 마지막 복수와 반전까지 플롯이 견고하고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친다. 그러나 영화는 일찌감치 맥이 풀린다. 캐릭터의 성향이 너무 일찍 드러나 선과 악이 처음부터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겉으로 드러난 사건을 보여주며 그 안에 감춰진 복잡한 사연을 서서히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세령마을 댐 관리팀장으로 부임을 앞둔 최현수(류승룡)는 가족과 함께 지낼 사택을 보러 가던 중 길을 못 찾고 헤매다가 길옆 비탈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아이를 차로 친다. 술을 마신 그는 놀란 나머지 아이를 인근 호수에 던져버린다. 이 아이는 세령마을 대지주인 오영제(장동건)의 딸로, 아빠의 폭력을 피해 달아나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이가 실종되자 마을이 발칵 뒤집히고, 경찰은 수색작업을 벌인다. 호수에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자 오영제는 광기 어린 분노에 사로잡혀 직접 범인을 찾으러 나선다. 오영제에게 쫓기던 최현수는 엄청난 사건을 터뜨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조금씩 충격의 강도를 높이는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을 전하지 못한 채 관객의 감정을 짓누르며 지치도록 끌고 간다. 캐릭터의 표현도 아쉽다. 소설에선 등장 인물의 배경과 그에 따른 행위, 성향이 일관성을 띤다. 즉,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가정 폭력, 집요한 복수 등 좀 과하다 싶은 행위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영화에선 이에 대한 단서가 심히 부족하다. 장이 바뀔 때마다 서술의 주체를 바꾼 소설의 친절함에 비해 영화는 523쪽의 장편 서사를 불과 123분에 욱여넣은 탓이다.

매듭짓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소설에선 최현수와 오영제,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고경표)과 그의 조력자 안승환(송새벽)의 4자 대결이 막판까지 서슬 퍼렇게 펼쳐지지만 영화에선 오영제와 최서원의 2자 구도로 생략된다. 안승환의 역할도 영화에선 형편없이 줄어들어 그만큼 긴장감이 떨어진다.

짧은 시간 속에서도 최현수와 오영제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류승룡과 장동건의 연기는 박수받을 만하다. 특히 장동건은 오랜만에 악역을 맡아 앞이마 머리를 밀어 M자형 탈모로 만들면서까지 캐릭터에 몰입했다. 향후 좀더 다양한 악역 변신을 기대하게 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김인구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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