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무원 시험에 북한 정권의 수립 과정을 묻는 문제를 출제했다고 한다. 지난 24일 실시된 서울시 9급 기술직 공채 시험의 국사 과목 17번 문항(A형·B형은 12번)은 ‘북한 정권 수립 과정을 시간순으로 바르게 나열한 것을 고르라’는 객관식으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설립, 조선인민군 창설, 토지개혁 실시, 북조선노동당 결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설립’ 등의 발생 순서를 알아야 정답을 맞힐 수 있다. 국사 과목의 전체 문항이 20개에 불과한데, 굳이 그런 내용을 출제한 저의(底意)가 의심스럽다.

해당 시험 응시자 대다수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건 당연하다. 대한민국은 유엔도 공식 인정했던 대로, 1948년 8월 15일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로 출범했다. 하지만 서울시 시험은 북한 정권이 정상적·합법적 절차를 거쳐 수립된 것처럼 착각하게 이끄는 셈이다. 그런 시험 준비를 위해선 북한식 시각으로 학습해야 하게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9급 공무원 시험에서 ‘6·25 전쟁 이전 북한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바르게 나열한 것’ 문항이 큰 물의를 빚은 이후엔 그런 출제가 없었다. 이는 서울시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이번 출제가 북한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더 비치는 이유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엔 ‘한동안 안 나오던 북한 문제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나왔다. 다른 공무원 시험에도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시는 출제 경위를 밝히고,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을 분명한 조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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