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예상보다 빨리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26일 미국 자동차의 국내 안전기준 자동 인정 대수를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려주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재에 대해서는 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에서 쿼터를 설정하기로 하는 등의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1월 초 공식협상 개시 이후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끝맺게 됐다. 양국의 최종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산적한 통상 현안 중 큰 짐 하나를 내려놓고, 시장경제의 불확실성을 그만큼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북핵 압박을 둘러싼 한·미 기류 차이 등의 현안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가 뒤엉키는 최악 상황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합의 내용을 보면 그런대로 선방(善防)한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FTA 폐기까지 거론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 전술에 시종 수세를 면치 못했다. 협상 기간 중 세탁기 세이프가드, 철강 25% 관세 폭탄 카드가 잇달아 나오면서 한·미 통상 전반으로 판이 커졌다. 한국으로선 잠정 유예를 얻은 철강 관세를 영구면제로 굳히는 것이 발등의 불이었고, 미국의 최대 관심사였던 자동차 부문을 양보하는 선에서 서로 이해를 맞췄다. 기존 협정의 큰 틀은 유지한 채 조기에 세부 조정으로 막은 셈이다. 미국산 차의 안전·환경 기준을 완화해도 국내 시장 판도에 큰 타격은 없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미국을 우회해 들어오는 벤츠 등 유럽 차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대신 한국 측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와 관련해 소송 남발을 방지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 권한 등의 요소를 반영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미 FTA 개정협상 타결이 끝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언제 또 개정을 요구할지, 다른 통상 압력을 가해올지 예측조차 어렵다. 여기에 본격화한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양국 의존도가 큰 한국은 통상 이슈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다.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냥 외부변수에 휘둘릴 수는 없다. 독일·일본 등이 통상전쟁 국면에서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은 독보적인 산업경쟁력 덕이다. 규제·노동·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 활력을 높이고 남이 넘보지 못할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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