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회원 등이 방독면을 쓰고 미세먼지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풍 타고 중국서 먼지 유입 韓 대기정체로 ‘가스실’ 연상
내일부터 선진국 기준 예보 ‘매우나쁨’ 현행 101㎍/㎥서 75㎍/㎥이상으로 강화하기로 차량2부제등 비상저감조치는 권고사항이라 실효성에 의문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가 대한민국 전역을 ‘잿빛 공포’로 몰아넣은 가운데, 5월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실효성 있는 대책과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국발 오염물질과 국내 오염물질이 더해지면서 25일 서울·경기 지역은 2015년 초미세먼지(PM2.5) 관측 이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도 26일 수도권에 올해 들어 네 번째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발령했지만, 저감조치 대부분이 권고사항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27일부터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강화(나쁨 51∼100㎍/㎥→36∼75㎍/㎥·매우 나쁨 101㎍/㎥ 이상→76㎍/㎥ 이상)됨에 따라 국민이 느낄 심리적 부담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역대 최악, 5월까지 안심 못 해 =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은 지난 25일 하루평균 역대 최악의 초미세먼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는 하루 평균 102㎍, 서울은 99㎍으로, 각각 지난 1월 16일(100㎍)과 지난해 12월 30일(95㎍) 세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5일 수치를 당장 27일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미세먼지 기준에 적용할 경우 ‘매우 나쁨’ 지역은 경기 지역 한곳에서 5개 지역(경기·서울·인천·광주·충북)으로 확대된다. 지역별로 시간당 최고치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경기 지역은 25일 오후 2시 시흥시 시화산업단지에서 183㎍, 인천 지역은 오후 2시 남동구 고잔동에서 181㎍, 서울 지역은 오후 8시 용산구에서 151㎍이 측정됐다. 26일 오전 미세먼지 농도는 전날보다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오전 10시 현재, 서울(89㎍), 광주(69㎍), 충북(68㎍), 경기(67㎍), 제주(57㎍) 등 전국의 공기가 여전히 탁한 상황이다.
환경 당국은 서풍(남서풍)으로 인한 중국발 요인에다 한반도 대기 정체, 국내 요인까지 겹쳐 고농도 미세먼지가 5월까지 한반도 상공을 수시로 드나들 것으로 전망했다. 허국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바람 자체가 겨울보다 약하고 강수량이 적어 미세먼지가 5월까지는 기승을 부릴 전망”이라며 “5월까지 일교차가 심한데, 일교차가 심하면 아침이나 야간에는 대기가 위아래로 확산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특히 출근시간대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효성 없는 저감조치 발령 =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2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이에 따라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107개 대기배출 사업장이 단축 운영을 하거나 운영을 조정하고, 476개 건설공사장은 공사시간 단축, 노후건설기계 이용을 자제토록 했다. 수도권에 있는 7650개 행정·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52만7000여 명도 ‘차량 2부제’에 따라 이날은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서울시도 공공기관 주차장 360개소를 전면 폐쇄했으며, 경기도는 급행버스에 일회용 마스크 1만8000장을 무료로 배포했다. 환경부는 “다음 달부터는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일부 민간사업장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세먼지 저감조치와 관련해 실효성 논란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제성 없이 권고사항에 그치는 대책이 대부분이고,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한·중 양국 간 논의는 여전히 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미세먼지 공동연구 진행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