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시 정치권에 책임 전가”
“애국가·태극기·한글 담아야”


“합의와 토론 없는 급작스러운 개헌안 발의는 국민 편 가르기밖에 안 됩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과 법제처장 등을 지낸 이석연(사진)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26일 발의한 개헌안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개헌 무산 시 정치권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가능한 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체제에 큰 변동을 가져오는 개헌은 시간을 두고 합의와 토론도 거쳐서 해야 하는데, 이번 개헌안은 그런 과정도 없이 불쑥 튀어나온 그야말로 ‘국민 편 가르기식 개헌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개헌안 마련에 참여한 헌법학자들도 거의 진보·좌파·급진적 성향에 치우친 헌법관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이건 국민의 중지를 모은 개헌안이 아니라 대통령과 몇몇 측근의 ‘사안(私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 추진이 개헌 무산 시의 책임 전가와 지방선거 표몰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로 대통령이 개헌안과 관련해 국회를 독촉하고 싶었다면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직속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국회와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원칙”이라며 “현대적 의미의 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라는, 누가 만들었어도 당연히 포함돼야 하는 내용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랑처럼 내세워 놓고, 이것이 무산되면 정치권에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이번 개헌안에 대한민국 정체성에 관한 내용이 결여돼 있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자는 촛불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개헌안에는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 국가는 애국가, 국기는 태극기, 국어는 한글 등의 내용이 안 들어가 있다”며 “이런 것들이 구한말부터 내려온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국민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을 한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을 탄생시킨 현재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였다”며 “현 체제에서 당선된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이기 때문에 현 대통령 임기를 어떻게든 단축해야 의미가 있고, 국무총리 임명권 등의 권한도 폐지해야 맞는다”고 강조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128조 2항)고 규정하고 있지만, 임기 단축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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