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시설·영화관 갖춘 복합몰
일요일 오후라 사람들 가득 차
3층서 마구 뛰어내려 ‘생지옥’
원인은 어린이 불장난 등 추정
“아이들이 시커먼 연기 속에서 엄마를 찾으면서 울부짖고 있었다. 마치 지옥과 같았다.”
러시아 시베리아의 도시 케메로보의 한 쇼핑몰에서 25일 불이 나 어린이 최소 11명을 포함한 37명이 사망했다. 69명이 행방불명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투데이(RT),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케메로보 시내 레닌대로에 있는 4층짜리 쇼핑몰 ‘겨울 체리’에서 불이 났다. 러시아 재난 당국은 “37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으며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6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행방불명 상태인 이들도 건물 잔해 속에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재난 당국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점이 일요일 오후였던 만큼 이 쇼핑몰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화재는 이날 오후 5시쯤 어린이용 놀이시설이 있는 쇼핑몰 4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 이후 까만 연기가 건물 내부를 가득 채웠고 불길이 크게 번지면서 건물의 지붕과 층계의 몇몇 부분이 붕괴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서둘러 출구로 달려들었고 연기가 가득 차자 몇몇은 3층 창문에서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쇼핑몰에 갇힌 일부 아이들은 부모에게 전화를 걸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취했다. 온라인에 돌고 있는 러시아 소셜미디어 브콘탁테의 한 캡처 화면에는 13세 소녀가 “우리는 지금 불 안에 갇혀 있다. 작별인사를 한다. 아마도 안녕”이라는 글을 남겼다.
케메로보 외곽의 한 초등학교에서 8명의 어린이가 교사와 함께 이곳에서 만화영화를 관람했다. 교사가 아이들을 영화관에 남겨두는 바람에 아이들 모두가 영화관 안에서 대피로를 찾지 못한 채 희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생존자 안나 자레슈니바는 “화재가 발생해 층계마다 연기가 자욱했음에도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심지어 영화관에선 영화가 계속 상영되고 있었다”며 “영화관은 완전히 어두운 채 연기로 가득 차 아이들은 울부짖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케메로보 주정부 관계자는 “어린이 놀이시설 가운데 하나인 트램펄린에서 발생한 방화가 화재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린이 중 누군가가 라이터로 스펀지 재질 물체에 불을 붙였다가 갑자기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놀이시설 부근의 전기 합선으로 화재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재난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소방관 230여 명과 소방차 50여 대가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120여 명은 긴급 대피했다. 화재는 발생 후 12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압됐다. 화재가 난 쇼핑몰은 2013년 문을 연 현대식 상가로 내부에 영화관과 볼링장, 어린이 놀이시설, 레스토랑 등이 갖춰져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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