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연기 마시고 구토증상
학교측 “경비원이 잠가”해고


서울의 한 예술계열 전문학교 기숙사에서 화재경보가 울렸지만, 문이 쇠사슬로 잠겨 있어 학생들이 대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학교 기숙사에는 학생 60여 명이 생활하고 있어, 큰불이었다면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26일 서울 수서경찰서와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강남구에 있는 S예술실용학교 기숙사에서 지난 15일 오전 2시 40분쯤 연기가 나고 화재경보까지 울렸지남 학생들은 기숙사 현관문에 쇠사슬이 채워져 있어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당시 현관문 외의 다른 비상구도 별도의 잠금장치로 잠겨 있어 현관이 유일한 대피 통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생들은 당시 경비원이 큰 화재가 아니니까 기다리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유압기로 쇠사슬을 끊어준 뒤에야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조사 결과 학생이 공용 주방에서 계란을 삶으려고 전기 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뒀다가 깜박 잊는 바람에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한 학생이 연기를 마시고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다른 학생들은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사고 5일 뒤인 지난 20일 오전 2시에 점검차 방문했을 때도 현관문이 자전거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며 경찰 등에 신고하고, 학교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소방당국은 현관문 잠금이 소방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시정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학교 측은 경비원에게 책임을 물어 해고했다. 학교 관계자는 “경비원이 ‘야간에 기숙사 출입을 막기 위해 잠갔다’고 말했다”며 “학교에서는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현재는 현관을 개방해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 설명을 100%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모(46) 씨는 “그날 제천 참사처럼 대형화재가 났으면 학생들의 생명이 위험했을 것”이라며 “사고 이후에도 문을 잠가뒀던 것을 봤을 때 경비원 개인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고,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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