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들 수신업무 안해
자금세탁법 적용 어려워
검사들 “관련법 입법 필요”


법무부가 불법 가상화폐 단속방침을 밝혔지만,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규제 공백을 호소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는 자금세탁 등을 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나 이용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2014년 불법 가상화폐 사건을 적발하고도 간접적으로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26일 현재까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4년 말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초기 형태의 가상화폐를 발행, 도박업자 등의 자금 1조 원을 불법 세탁한 사건을 수사했다. 이 업체들은 ‘캐시카드’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돈세탁을 했다. 이 캐시카드는 현재 발행되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과 유사한 개념이다. 검찰은 수사 당시 이들 업자 처벌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물 화폐를 통한 자금세탁에 대한 처벌 규정인 현행 자금세탁법으로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불법 행위 처벌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가상화폐 흐름이 아닌 실제 자금의 흐름만을 파악해 전자금융거래법(무등록 자금이체업) 등을 적용해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처럼 검찰 내부에서 국내법에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가 없고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등 가상화폐 범죄에 대한 ‘규제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정상적’ 가상화폐 거래는 지원한다는 정부 방침이 선 만큼, ‘불법적’ 거래 엄벌을 위해 독자적인 가상화폐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시도가 빈번할 것이 예상되는 점도 관련 법 정비가 시급한 이유다. 이와 관련, 서재희(39·사법연수원 39기) 부산지검 검사는 이날 부산지검에서 열린 영남형사판례연구회에서 ‘정보화 시대의 자금세탁과 규제’ 논문을 발표하고 “가상화폐의 강력한 익명성은 자금세탁 등 범죄수익은닉에서 그 효용이 발휘됐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현재 통화 관련 법인 한국은행법·외국환거래법·전자금융거래법에는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또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예금을 받는 등의 ‘수신업무’를 하지 않아 이들의 자금세탁 행위 등에 대해 관련법 적용이 어렵다. 아울러 자금세탁 혐의 처벌법인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은 전통적 금융회사만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처벌하기 어렵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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