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관련 뉴스를 보면 온통 “돈을 못 받았다”는 이야기투성이입니다. 갑을(甲乙) 관계에서 가장 많이 불거지는 문제가 제때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거죠. 매년 화두가 되는 ‘최저시급’ 역시 받을 돈을 제대로 받자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유독 “돈 안 받습니다”를 외치는 동네가 있죠. 연예계입니다. 포털사이트에 ‘노 개런티(No Guarantee)’를 검색하면 죄다 연예인 관련 기사가 검색되죠. 그들이 특정 작품에 참여하며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배우 이순재와 이종석이 ‘노 개런티’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순재는 영화 ‘덕구’ 출연하며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이종석은 SBS 2부작 드라마 ‘사의 찬미’에 참여하며 돈을 안 받겠다고 선언했죠.

유명 연예인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할 때는 통상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공익적 차원, 혹은 개인적 친분입니다. ‘덕구’ 소위 말해 ‘작은 영화’입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이죠. 이순재는 이 영화의 제작발표회에서 “연기자에게는 돈을 많이 받고 성공하거나, 연기해서 작품을 빛내는 두 가지 길이 있다”며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도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말했습니다. ‘덕구’ 역시 금전적 이익을 떠나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연기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거죠.

이종석의 경우 ‘사의 찬미’를 연출하는 박수진 PD가 그의 전작인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공동 연출자였습니다. 게다가 이종석 같은 톱스타가 참여하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단막극 시장 역시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죠.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합니다. 통상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는 단서가 붙는 노 개런티 선언이 왜 번번이 기사화되는 것일까요? 작품 홍보의 일환으로 홍보 관계자들이 슬쩍 흘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알리는 동시에, 해당 배우의 이미지까지 개선시키니 1석2조라 할 만하죠. “저예산 작품에 참여하며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스타들에게 ‘노 개런티’ 기사로 인한 이미지 제고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한 영화사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은 항상 반갑습니다. “○○○이 빌딩을 샀다” “회당 출연료로 1억 원을 받았다”는 스타들의 ‘억’ 소리 나는 소식 사이에서 가물에 콩 나듯 들리는 노 개런티 선언은 거듭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죠. 가끔 댓글을 보면 “원래 잘 버는 사람들이잖아”라는 핀잔도 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일한 후 정당한 품삯을 받고 싶은 건 모두 같은 마음일 텐데 말이죠.

realyong@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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