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2년째 3만 달러의 벽에 막혀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7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9745달러로 2006년 이후 줄곧 2만 달러대 제자리걸음이다. 2016년엔 2만7681달러였다. 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문턱으로 통한다. 2016년 기준으로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27개국이고,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소요된 기간은 평균 8.2년이다. 독일·일본이 5년, 미국은 9년 걸렸다. 한국은 1995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를 넘은 뒤 장기간 다음 단계로 도약하지 못한 채 ‘중진국 함정’에 빠진 양상이다.

국민소득은 경제가 성장(成長)해야 오를 수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1%로, 3년 만에 3%대 성장을 회복했지만, 추경 등에 크게 힘입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대 성장과 소득 3만 달러 달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둘러싼 안팎 여건은 여의치 않다. 뚜렷한 성장동력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득세는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3만 달러 시대를 열려면 성장을 막는 경제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노동개혁으로 기업 역동성과 산업 전반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들도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탈(脫)규제,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R&D) 투자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마디로 줄이면 ‘친(親)기업’ 전략이다. 기업이 나라 경제의 성장엔진이자 일자리 창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정부 경제정책은 역주행이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정책 방향 중 핵심이라 할 혁신성장은 찾아보기 어렵고, 분배에 치중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친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규제개혁은 말뿐이고, 노동개혁도 문 정부에선 기피 단어가 돼버렸다. 신산업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기업이 혁신에만 몰두해도 부족한데, 일련의 반(反)기업 정책으로 생존을 걱정할 처지다. 올해 재정 지출 확대 등으로 설령 지표상으로 ‘소득 3만 달러’를 넘긴다 해도 경제체질 개선 없이는 선진국행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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