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섭 싱가포르국립大 교수

美 등서 30여년전 시작됐지만
기업경쟁력·투자자 수익 대신
기관투자자 담합 등 부작용만
文정부는 특히 정치 색채 덧칠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강화 지침)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재벌개혁’에 나서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가치 제고는커녕 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이 노골화되면서 기업 성장력 하락 및 고용 불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장섭(사진)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회관에서 ‘왜곡된 스튜어드십 코드와 국민연금의 진로’란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근간인 ‘기관투자자 행동주의’가 미국 등에서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기업경쟁력이 높아지거나 장기적으로 투자자 수익을 높였다는 증거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되레 기관투자자 간 담합 등이 나타나고 기업의 성장 잠재력 약화, 고용 불안과 분배 악화란 부정적 결과만 나타났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본래의 개념에서 왜곡·변질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본래는 ‘집사준칙’이란 뜻으로, 기관투자자가 주주들의 ‘장기적 수익 창출’을 위해 하는 집사 역할을 의미하는데 마치 기업을 관리하는 집사인 것처럼 왜곡됐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표방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공정경제 실현’ ‘재벌개혁’이란 정치적 색채가 강하게 덧칠됐다고 신 교수는 주장했다. 유독 주요 대기업 지분을 평균 9% 가량 가진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힘이 실리는 모습도 ‘한국만의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결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재벌을 개혁하고 공정경제 실현에 필요한 것들을 뽑아내려는 속셈”이라며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신 교수는 국민연금이 그만한 역할을 할 당위성과 능력도 갖추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연금의 설립목적은 국민 노후를 위한 안정적인 수익 극대화이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의결권을 행사할 국민연금의 의결권전문위원회가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연구원 등으로 구성됐고 임명자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란 점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대안으로 ‘장기 기업가치상승’을 공동의 목표로 하는 ‘기관-기업 관계 규준’을 제시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황혜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