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강점으로 꼽히는 촘촘한 유통망을 활용해 중소 파트너사 기업들의 국내외 판로 확보, 경영·컨설팅 지원에 신경을 써 주목받고 있다. 롯데홈쇼핑경영투명성위원회가 파트너사 초청 간담회를 열고 거래 과정의 애로사항, 개선점을 청취하는 모습. 롯데지주 제공
- ⑥ 롯데그룹 ‘윈-윈 경영철학’
자동물걸레청소기업체 오토싱 2015년 무료방송 참여해 재기 여자컬링 인기 타고 주문 폭주 누적 주문액 300억 훌쩍 넘겨
2016년부터 해외개척단 가동 5회에 걸쳐 300개 기업 참여 상담실적 3340억… 판로 개척
2018 평창올림픽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여자 컬링의 인기가 치솟던 지난 2월 25일. 생활가전 개발업체인 ㈜오토싱 임직원들은 쾌재를 불렀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롯데홈쇼핑 정규 방송을 통해 ‘오토싱 자동 물걸레 청소기’ 주문이 쏟아진 것. 주문 건수만 6750건, 8억6000만 원에 달했다. 1일 역대 최고 매출 실적이다. 사실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오토싱이 롯데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누적 총 주문금액은 300억 원이 넘는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롯데홈쇼핑에 입점하기 전 매출 규모가 10억 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2016년 4월 7일에 정규방송에 론칭한 후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그해 9만5000여 대를 팔았고 주문액은 116억 원을 기록했다.
오토싱 물걸레 청소기는 업계 최초로, 기존 물걸레 청소기와 차별화한 무선 방식에 사용 시간도 1시간에 달하고 자동 회전 원판과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한 핸들 방식이다. 회사의 명운을 걸고, 개발 기간만 1년을 쏟아부으며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신생 제품이라 인지도가 낮았고 판로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수억 원에 달하는 금형 제작 비용을 대지 못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하는 상황에 몰렸다. 고심을 거듭하던 차에 2015년 5월 롯데홈쇼핑에서 진행하는 중소기업 무료 방송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래를 펼 기회를 얻었다. 고효주 오토싱 CEO는 “품질은 무엇보다 자신 있었지만, 시장에 안착하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롯데홈쇼핑에서 중소기업 무료 방송을 진행하며 다양하게 컨설팅을 받고 MD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제품을 보완, 상품 구성 및 마케팅을 적용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토싱의 사례는 롯데홈쇼핑을 포함해 롯데그룹이 강점인 유통망을 살려 중소 파트너사들의 판로 확보에 도움을 주는 상생 경영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주변과 항상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 고객, 주주, 파트너사, 지역사회 등 주변 공동체와 소통하며 더 큰 성장을 위해 노력하자”고 지속해서 당부했던 경영철학과 맥을 같이하는 셈이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의 경우 2013년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힐링캠핑을 파트너사 가족을 초청해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협력을 추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3∼4월에 이완신 대표이사가 부임한 후 파트너사의 의견을 반영해 도출한 상생방안은 이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동반성장펀드를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무이자 대출 100억 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신상품 3회 방송 보장, 재고 소진 TV 프로그램 정규 편성, 오프라인 매장 확대, 롯데아이몰 내 중소기업 전문관 운영, 해외시장 개척 확대, 스타트업 상품 홈쇼핑 입점 지원, 법률, 세무 조언 및 컨설팅 지원도 담았다. 자금 지원부터 판매, 해외 진출, 재고 소진까지 중소 파트너사가 원하는 분야를 빼놓지 않고 적시해 실행에 옮기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 대표이사는 현장소통에 답이 있다는 소신 아래 지난해 6월부터는 매월 파트너사를 직접 찾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더 실질적인 상생 활동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패션, 식품, 가전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찾은 업체만 해도 싱크선반·건조대 전문업체 ㈜대명아이넥스, 롯데홈쇼핑 단독 상품이자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인 ‘나무하나’ 제조업체 ㈜나무, 육가공 제조업체 ㈜미트뱅크 등 다양하다. 이 대표이사는 “상생협력으로 파트너사와 함께 성장하고 사회적 공유가치 실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파트너사를 찾아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파트너사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시스템도 촘촘히 갖췄다. 대표이사 직속의 준법경영 부문 신설, 윤리경영 평가, 리스닝 투어(파트너사 고충 청취 프로그램), 준법경영 캠페인 등이 대표적.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9월에는 홈쇼핑 업계 최초로 ‘반부패경영시스템(ISO37001)’ 인증을 받았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2016년 말부터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5회에 걸쳐 ‘해외시장 개척단’ 프로젝트를 가동해 300여 개 업체 참가, 수출 상담 건수 2417건, 상담 실적 3억450만 달러(약 3340억 원)란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홈쇼핑사들이 수출 상담회를 한 차례 할 때 1회당 20∼30개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규모나 성과 모두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에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한류 박람회’에 참가했던 주방용품 키친쿡 관계자는 “한국 상품에 대한 베트남 바이어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웠다”며 “우리 상품을 소개하고 즉석에서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2010년 중소 파트너사 상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생펀드를 가동 중이다. 2016년에는 그 규모를 44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확대해 힘을 싣고 있다. 이 펀드는 롯데 출연금의 이자를 활용해 파트너사 대출이자를 자동 감면해주는 것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721개 파트너사가 자금을 운용 중이다. 롯데백화점, 롯데건설, 롯데홈쇼핑, 롯데제과 등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추천을 받아 은행에서 대출하면 기준금리에서 업계 최대 수준인 1.1∼1.3%포인트의 대출금리 자동우대를 받을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업체를 위해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롯데의 해외 유통망을 통해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고 해외시장과 고객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