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 前 연세대 교수·정치학

대통령案 합의될 가능성 全無
野 분권형案 진일보에도 취약
민주성 높지만 불안정성 심각

인사권의 실질적 축소가 대안
권력기관 장악 막을 제약 필요
이념성 條項 과감히 배제해야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안(案)을 담은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기존 권력구조를 유지하는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야권이 하나같이 이 안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나름대로 합의개헌안 마련을 위한 접촉을 시작했다. 여당은 공청회 한 번 없이 서둘러 마련한 개헌안 발의가 선거를 위한 정파적 명분 쌓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야당 역시 개헌에 소홀했던 그간의 자세를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수정안 논의의 전제로 분명히 할 점은, 현재 개헌 논의의 원점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에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구조의 개선을 더욱 절박한 과제로 부각시켰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도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의 중요성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그러나 발의된 정부안에는 대통령 권력 축소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 사실상 누락됐음은 물론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권력 집중을 가속화하는 요인을 담고 있다. 더 긴 집권이 가능한 연임제는 대통령으로의 권력 쏠림 현상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부안은 강한 이념성을 띤 논쟁적 항목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이라는 쟁점의 중요성을 크게 희석시켰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요약되는 자유한국당의 개헌안은 적어도 권력구조 개선을 기본 문제의식으로 삼는다는 면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 권력 남용의 소지를 적잖이 줄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권형 대통령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서 주목할 사항은, 새 권력구조는 대통령 권력의 민주성과 함께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도 함께 담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분권형 대통령제의 핵심은,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분담하는 것이다.

이 체제는 대통령 권력의 민주성을 강화하고 정부와 국회의 협치(協治)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으나, 역으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달리하는 인사가 총리직을 맡을 경우 국정 운영의 방향과 방법을 둘러싼 큰 혼란이 예상된다. 다수의 국정 과제가 외치와 내치의 상호 연관 속에서 추진된다는 현실은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영역 갈등도 촉발할 수 있다. 아울러 총리 선출과 교체를 둘러싸고 난립할 계파 사이에 ‘주고받기’ 정치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즉, 분권형 권력구조는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협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 비해 국정 운영 체제의 일원화와 임기 보장을 특징으로 하는 대통령제는 상대적으로 국정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편은 분권형 대통령제까지 가지 않는 선에서 대통령 권력의 축소를 모색하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분권형 개헌까지 안 가는 선에서 대통령 권력의 효율적 축소를 모색하는 길은 대통령 인사권의 재조정에 있다. 이는 대통령 권력은 기본적으로 인사권을 통해 국정 운영권을 장악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그중에서도 대통령 권력을 압도적인 것으로 만드는 요인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와 법 집행을 사실상 독점하는 정부 조직을 자신의 주관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대통령 권력의 실질적 축소가 이른바 4대 권력기관으로 지칭되는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에 대한 대통령의 독점적 장악력을 해소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기능이 객관화·중립화하면 대통령은 초법적 권력 남용의 기반을 상당 부분 상실하며 나아가 평범한 일반 국민과 같은 법집행 기구의 표적이 된다. 이를 위해 정보·수사·법집행을 전담하는 국가기구의 중립성 보장을 목적으로 대통령 인사권 행사의 엄격한 제약 등을 규정하는 항목을 개헌안에 추가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 권력의 민주성과 국정 운영의 안정성·효율성이 더 조화롭게 결합된 체제 건설을 돕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첨언할 것은, 성공적인 개헌 논의를 위해서는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이념성 짙은 항목들은 과감하게 내려놓고, 보편적인 규칙의 수정과 관련된 한두 가지 항목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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