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9일 오전 문무일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문무일 검찰총장, 기자간담

“警에 수사지휘·종결권 부여
그런 논의 상상하기 어려워”
靑 수사조정안 사실상 반대

“檢의견 반영된 조정안 위해
충분한 의견개진 기회 줘야”

“구체상황 몰라”檢패싱 인정도


문무일 검찰총장이 29일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넘겨주는 청와대와 여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급격한 방식의 수사권 조정안이 마련되는 것에 대해, 문 총장이 전면적이고 실효적인 자치경찰제 도입 없이 수사권 조정은 없다는 식의 ‘배수의 진’을 친 모양새다. 청와대 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우려 지점을 드러낸 문 총장의 장황한 설명에서는 단호함과 결기도 감지된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데, 현재 경찰은 전면적인 자치경찰제를 시행할 계획이 없다.

문 총장은 이날 “형사사법제도에서 식민지 시대 유재가 남아있고, 그 대표적인 게 국가단일 경찰체제다”라며 “현재 민주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자치경찰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요 선진국은 10건 중 8건의 사건을 자치경찰이 담당한다. △영국 98% △일본 97% △미국 90% △독일 83% 수준이다. 대부분의 사건을 국가경찰이 담당하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것이다. 문 총장은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는 98.2%는 자치경찰의 자율과 책임에 따라 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만 도입되면, 의외로 쉽게 경찰 주도의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문 총장은 수사종결권과 수사지휘권을 경찰에 주는 안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건 송치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은 ‘불기소 의견’ 사건을 검찰에 안 보내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논의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 총장은 이어 “그런 논의가 가능한 것인지 근본적 의문이 들고, 법률을 전공한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조정안 마련을 주도하고 있는 조 수석 등을 정면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 총장의 발언으로 경우에 따라 검찰과 청와대가 수사권 조정을 두고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총장은 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는 현행 영장심사제도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도 유지했다. 그는 “민주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경찰만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하고 있다”며 “이는 식민지배 당시 생겨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총장은 “이후 미군정 체제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타협적인 방식으로 경찰의 구속권한을 인정해주는 대신, 검찰에 영장심사권을 준 것”이라며 “우리 국민을 ‘문명 시민’으로 대우한다면, 그러한 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이 제외되는 이른바 ‘검찰 패싱’ 논란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들었고 궁금해서 물어본 적도 있지만, 구체적인 경과는 못 들었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안 마련 테이블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한 것이다.

손기은·이정우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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