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판사 공개비판
“전두환 정권 때도 없던 일”
일선 법관들 반응은 엇갈려


현직 부장판사가 법관 해임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파문이 예상된다. 법관회의 측은 해당 안건을 오는 4월 열리는 정기회의 의제로 상정할지를 두고 내부 심의에 들어갔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법관회의 대표 판사로 선출된 정원(51·사법연수원 29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법관 해임제 도입에 대해 반대할 것을 제안한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법관회의 의제로 제시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 법원 내에서 법리 분석에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정 부장판사가 개헌안에 공개 반박에 나서자 판사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에서 발표한 개헌안은 현행 헌법과 비교해 징계 처분에 해임이 추가된 것이 특징인데, 이를 두고 정 부장판사는 유신헌법과 비교하며 비판을 가했다. 그는 “징계 처분에 의해 법관을 물러나게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는 유신헌법에도 존재했다”며 “전두환 정권의 헌법에서조차 폐기되었던 낡은 패러다임이 부활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청와대는 임기제를 폐지한 개헌안을 두고 “법관의 신분 보장을 강화하고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부장판사는 “임기제 대신 상시 해임제를 채택한 것이 어떻게 신분보장을 더욱 강화했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법관에 대한 징계절차에 정치적 성향을 가진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게 될 경우 정치세력의 법원에 대한 영향력을 제도화하는 발판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의 지적을 두고 일선 법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개헌안에 법관 해임을 넣은 것을 두고 판사들 사이에서도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하다”며 “법관의 독립성을 생각한다면 판사들도 적극적으로 개헌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임기제를 폐지한 것은 법관의 독립성 면에서 평가할만하다”고 주장했다.

법관 해임을 담은 개헌안을 두고 전문가들은 법관의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해임 처분을 넣은 것은 유신시대와 같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법관의 신분이 결정될 수 있는 요소를 넣은 것으로 사법부 독립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정철순·김리안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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