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사회적 기업 송지의 세탁장 ‘천사맘 에코’에서 직원들이 세탁 완료된 수건을 포장하고 있다.
28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사회적 기업 송지의 세탁장 ‘천사맘 에코’에서 직원들이 세탁 완료된 수건을 포장하고 있다.

- 친환경 사회적기업 ‘송지’

쓰레기 대규모 발생 줄여보려
사업 뛰어들었지만 ‘악전고투’
위기때 LG녹색사업자로 선정
세탁기·배송車 지원받아 회생

연간 수익, 연구· 개발 재투자
세제·의류 출시…쇼핑몰 시판
상반기內 친환경 생리대 선봬
직원 6명 모두 고령자로 고용


쓰고 난 일회용 기저귀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겨 매립지로 보내지는 데 땅속에 묻혀 자연분해 되기까지 약 5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명의 아기가 기저귀를 뗄 때까지 평균 5000여 개의 일회용 기저귀가 소모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어마어마한 폐기물이 땅속에서 묻히고 있다. 그러나 육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편리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만 강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8일 찾아간 서울 용산구 원효로 사회적 기업 ‘송지’는 그래서 특별한 사회적 기업이다. 2010년 서울의 비영리단체(NGO)로 출발한 이 회사는 천 기저귀 수거·세탁으로 시작해 제조·판매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기저귀 수거·세탁을 하며 쌓은 노하우로 대기업과 공공기관 헬스장과 기숙사 대상 단체 세탁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마침 세탁장 ‘천사맘 에코’에선 위생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직원 3명이 세탁 건조를 마친 수건들을 가지런히 모아 포장하고 있었다. 황영희(여·55) 대표는 “세탁 시장에서 낸 수익은 천 기저귀 연구·제조 및 사용 캠페인에 재투자된다”며 “직원 6명도 모두 고령자 등 취업 취약계층이어서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어떤 기업도 하지 못한 시도를 작은 사회적 기업이 하는 것이다.

친환경 유기농 소재로 만든 송지의 일체형 천기저귀.
친환경 유기농 소재로 만든 송지의 일체형 천기저귀.

간호사 출신인 황 대표는 이주여성 대상 교육과 성교육 강사를 하다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1년 거주지 쓰레기장에 대량으로 버려진 일회용 기저귀를 보고 천 기저귀 사업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주위에 영아를 둔 엄마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한 결과, 천 기저귀 사용 확산이 어려운 이유는 ‘세탁’이었다고 한다. 부모들이 육아와 가사에 할애할 시간은 줄어드는 데 사용한 후 빨아서 말려야 하는 천 기저귀는 다시 쓸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었다.

황 대표는 “천 기저귀를 수거해 세탁을 해서 배달하면 환경도 살리고, 수익성도 있을 것 같아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황 대표 예상과 달리 편리함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쉽지 않았다. 천 기저귀 사업 시작 후 확보한 고객이 20명밖에 되지 않았고 집집마다 수거하는 데 드는 비용 대비 시설 부족으로 위기를 맞았다.

황 대표는 “사업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차에 구세주처럼 나타나 우리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곳이 LG였다”고 말했다. 2011년 사회적 기업 지원에 본격 나선 LG가 발주한 ‘녹색성장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세탁기와 배송차량을 지원받고 사업 영역도 일부 바꾼 것이 오늘의 ‘송지’를 있게 한 것이다. 그는 “컨설팅을 나온 LG 관계자들이 개별 세탁 대신 어린이집 등 단체세탁 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권유했다”며 “이후 LG그룹 연구소 내 헬스장과 기숙사 물량을 수주받아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지의 ‘천사맘 에코’ 세탁장은 지하수 대신 수돗물로 세탁하고 모든 작업자가 작업복을 입고 얼룩 여부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세탁물은 소독된 포장재에 깨끗이 포장해 배송한다. 현재 송지는 서울 지역 16개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단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이 5억 원을 넘어섰다.

그동안 세탁분야에서 얻은 연간 수익을 지속적으로 재투자한 결과, 송지는 ‘천사맘’이라는 브랜드의 기저귀 4종, 신생아용 속싸개와 배냇저고리 등 의류 5종, 세탁 세재 2종을 출시·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상반기 내 친환경 생리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황 대표는 용산구보건소 등을 다니며 천 기저귀 사용법을 강의하고 캠페인을 펼치는 등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가와 환경 보호가의 중간 선상에 서 있지만 황 대표의 목표는 앞으로 송지를 국내 대표 사회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승화시켜 자립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모든 가정에서 천사맘 천 기저귀 하나씩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환경보호와 기업 성장이라는 두 가지 가치 모두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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