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마음이 있다면 그건 누구의 마음도 아니고 책의 독립적인 마음일 것입니다. 책의 마음은 작가의 마음에서 나온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작가가 일단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 작가도 어찌할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작품의 길이 있다고 하니 작가의 마음만은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 주에 출간된 ‘출판하는 마음’(제철소)을 보면 책의 마음 안에는 작가뿐 아니라, 아주 많은 이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책은 ‘쓰기의 말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로 우리 시대 개성 있는 에세이스트로 자리 잡은 은유의 인터뷰집입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입니다. 작가, 편집자, 북 디자이너, 번역자, 제작자, 마케터, 서점 MD, 서점대표, 출판사 대표…. 한 권의 책이 나와 독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에 등장하는 이들입니다. 책 한 권 만드는 데 아주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책 동네 사람들이 아니고야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그리 없는 듯합니다.

얼마 전 한 출판사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는데, 흔한 ‘작가와의 대화’와는 좀 달랐습니다. 작가뿐 아니라 편집자, 마케터, 출판사 대표가 참여해 이 책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결과물로서의 책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책 이야기에 독자들의 눈은 반짝였고, 그래서 그 시간, 독자들의 반응은 다정하고도 뜨거웠다고 합니다. 이 책이 그렇습니다.

‘출판하는 마음’은 아마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직접적인 가이드 북이 될 테지만, 책을 좋아하는 많은 독자에겐 수고로운 노동, 책을 향한 애틋한 마음들이 어떻게 일정한 방향을 잡아가며 책 한 권으로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게 합니다. 이들의 마음을 몇몇 옮겨 봅니다. 20년 차 문학 편집자인 김민정 시인은 말합니다. “좋아질 수 있는 원고는 포기하지 않는 게 편집자의 본분이다.” 북 디자이너 이경란은 “북 디자인은 직관과 은유의 결합”이라고, 번역자 홍한별은 번역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책을 좋아하고, 언어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합니다. 박태근 알라딘 MD는 “MD의 즐거움은 신간을 누구보다 빨리 보는 것”이라고 자신의 일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책 한 권 한 권이 모두 이런 노동과 마음들이 모여 나왔다고 생각하니, 북리뷰를 마감하며 책상 위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책들을 새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다 해도 결국 책의 마음이란 독자와 만날 때 완성되는 것이니, 이 모든 책의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게 됩니다. 344쪽, 1만6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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