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다큐·액션 등 장르 넘나들어

이정국 감독은 우리 국민이 1997년 외환위기로 힘든 시기에 멜로영화 ‘편지’를 만들어 관객을 펑펑 울리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편지’는 그해에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며 1990년대 한국영화계 멜로드라마의 붐을 이어갔다. 한국 정통 멜로드라마인 ‘편지’에서 이 감독은 한 남자의 가슴 절절한 순애보를 섬세하고 세련되게 표현했다. 또한 영화에 삽입된 시와 음악으로 아름다운 영상과 더불어 이별의 감성을 전하는 테크닉을 구사했다. 정여진의 ‘Too Far Away’는 숨소리 하나하나에 슬픔이 묻어 있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끝없이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게 된다.

이 감독은 멜로영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연출했다. 1984년 대학 시절 만든 ‘백일몽’은 대사 없이 시각이미지와 음악만으로 이끌어 가는 흑백영화로 대한민국 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베를린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장편 데뷔작 ‘부활의 노래’는 최초로 광주 항쟁을 다룬 상업극영화다. 이 작품은 유신정권 시절, 사회 정의 실현과 민주화를 꿈꾸던 젊은이들의 항쟁을 그린 영화로 제3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신인 감독상을 받았다.

1994년 연출한 ‘두 여자 이야기’는 감독으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6·25전쟁 직후부터 1970년대까지 어려운 현대사를 살아온 여인들의 삶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어머니들의 한(恨)과 관용의 정신을 그린 영화는 그해 대종상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신인 감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1997년 ‘편지’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멜로의 달인, 감각 연출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2002년에 신현준, 신은경 주연의 해양 블록버스터 영화 ‘블루’를 선보였다. 멜로영화의 상업적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잠수함 영화에 도전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새 이력을 남긴 것.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아름답게 영화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는 ‘블루’ 이후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함으로써 현역 연출가로서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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