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은 한자어 ‘等神’이다. ‘等’이 ‘같다’의 뜻이므로 ‘等神’은 ‘신과 같음’의 뜻을 함축한다. 실제 ‘等神’은 사람과 같은 형상으로 만들어 놓은 ‘신상(神像)’을 가리킨다. 이를 ‘등상(等像)’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等神’은 처음에는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귀신’과 비슷한 뜻으로 쓰였으리라 짐작된다. “광목이 처음 나타났을 때, 너무 넓어서 어머니가 ‘이건 사람이 못 짜. 등신이 짜지’라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죽음을 살자’·문익환·1986·202쪽)에 쓰인 ‘등신’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건 사람이 못 짜. 등신이 짜지’는 문익환 목사의 모친인 김신묵(1895∼1990) 권사의 육성인데, 그렇다면 ‘등신’이 적어도 20세기의 얼마간까지도 긍정적 의미로 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등신’은 지금 ‘몹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만 쓰이고 있다. 아마도 이 같은 부정적 의미는 ‘등신’이 나무, 돌, 흙 등으로 만들어진, 실체가 없는 사람의 형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실체가 없는 우상(偶像)에는 감정이나 생각, 의지, 능력이 없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어리석은 사람’이 분명하다. “당신이 그것을 몰은다고(모른다고) 하면 그야말로 등신이지요.”(‘무쇠탈’·민우보·동아일보 1922년 4월 16일자 103회 연재)에 쓰인 ‘등신’이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등신’은 ‘등신 같은 놈’에서 보듯 욕을 만드는 데도 이용된다. 또한 ‘등신’은 “야, 이 등신아!”에서 보듯 직접 욕으로도 쓰인다. ‘비어(卑語)’가 ‘욕설’로 바뀐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