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코드 뽑듯 비핵화 안돼”
일괄타결 대신 ‘현실론’ 강조
강경 안보라인 포진한 美는
‘단계별 보상’ 방식 거부감
전문가들 “단계적협상 해도
최후까지 제재풀어선 안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계적인 비핵화 의중을 드러낸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톱 다운(top-down) 방식의 일괄타결에 두었던 무게중심이 단계적 해결이라는 현실론으로 옮겨 가는 양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핵 검증과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북한 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 비핵화가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하고,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까지 감행한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은 장시간에 걸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농축 우라늄 16㎏ 정도를 갖고 있었을 뿐 핵탄두 폭발 및 이동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리비아와는 수준 차이가 크다는 의미에서 리비아식 해법 불가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정상 간의 만남을 통한 비핵화 논의는 이전과 양상이 다른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끊어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일괄타결 등의 발언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하지만 회담이 다가올수록 정상회담을 통한 핵 문제 해결에 의미 부여가 약해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나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 정상 간 선언을 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그다음부터 실무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비핵화를 언급한 것에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와 보상이라는 매치되는 과거의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6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줄 때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대해 미국은 ‘과거의 실패’로 규정하며 계속 거부 반응을 보여 왔다.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얻어낸 뒤에만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단계적인 해결 방식이 북한의 핵능력 개발에 필요한 시간만 줬다는 인식을 보였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식으로 풀자는 건 너무 희망적인 사고였다”며 “희망적인 관측만 하다 보면 정부가 앞으로 계속 말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비핵화 로드맵이 잘 그려지지 않고 줄다리기가 예전이랑 똑같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단계적 협상을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제재를 풀어줘선 안 되고 우리가 원하는 검증을 반드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김영주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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