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외교관 150명도 맞추방
러외무 “사건 진실규명위해
OPCW 긴급회의 소집요청”
美, 추가 보복 가능성 시사
NYT “수십년來 최악 관계”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 60명을 포함해 서방 국가 외교관 150여 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자국 외교관을 추방한 국가들에 대한 맞불 조치인 셈이다.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이 현대판 신(新)냉전으로 번지며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2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사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미국 외교관 60명을 포함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다른 국가들의 외교관을 동일한 수만큼 맞추방하겠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 조치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시애틀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한 것과 같은 수준의 조치다. 모스크바 대사관 소속 58명의 미국 외교관과 예카테린부르크 영사관 소속 미국 외교관 2명은 다음 달 5일까지 러시아를 떠나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 영사관은 이틀 이내 업무를 중단한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추방 조치는 미국과 영국의 ‘잔혹한 압박’에 따른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중상모략과 관계를 해칠 수 있는 몰지각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를 계속한다면 러시아도 똑같이 대응하겠다”면서 “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다음 달 4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추가 대러시아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오늘 발표한 외교관 맞추방 조치는 타당성이 없다”며 “러시아가 중요한 일들에 관해 미국과 대화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된 뒤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이렇게 많은 수의 외교관이 추방된 것은 냉전 시대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수십 년 만에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긴장 관계가 최악 수준에 다다랐다”고 전했다.
로드아일랜드대의 니콜라이 페트로 평화연구학 교수는 러시아 관영 뉴스통신사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미·러 관계가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틀렸다는 게 입증됐다”며 “현재 상황은 전쟁의 문을 여는 또 다른 단계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목해야 할 것은 양국 간 어떤 전략도, 갈등을 해결할 어떤 시도도 없다는 것”이라며 “상대방을 구석에 밀어 넣으면 긴장이 고조되고, 그러한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현재 사태가 미·러가 맞붙었던 냉전 시기를 떠오르게 한다”면서 “그때에는 통제와 소통 기제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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