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시장점유율 늘리기 혈안
韓 배터리 차량에 보조금 차별
국내 조선업 몰락에도 큰 영향
韓 정부는 대책도 없이 뒷짐만
국내 업계 ‘反기업 정서’ 주눅
미국·유럽연합(EU) 등이 뒤늦게 중국 정부의 ‘시장 왜곡’ 관행에 반기를 들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한국 산업은 중국 정부의 ‘반칙’ 행위로 인해 속병이 깊어질 만큼 깊어진 상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한국 타도’를 외치는 데 반해, 국내 기업은 현 정부의 기업 패싱(Passing·배제) 행보와 정치·사회 분야의 반기업 정서에 되레 잔뜩 주눅 든 상황이다.
30일 경제·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수출 업종인 액정표시장치(LCD) 업계는 중국 정부의 막강한 자금 지원과 편파적인 규제를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BOE가 세계 최대 공장인 10.5세대 생산시설을 시험 가동 중인데, 여기에 들어간 10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 중 80% 이상을 사실상 정부가 댔다”면서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나서면 공급 과잉 현상이 만성화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앙·지방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아 생산시설을 우후죽순 늘려 온 중국 기업들은 ‘손익’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라면서 “중국은 자국에 판매하는 LCD 물량의 40%를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할당제’도 한국 기업에 강요한다”고 전했다.
세계 1위를 지켜온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물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자리를 BOE에 내줬으며, 판가 하락 여파로 올 1분기에 6년 만의 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 경제정책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자국 스마트폰 업계의 불만을 접수하고 국내 반도체 업계를 상대로 우회적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도록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보유한 중국은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에 대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전인 2016년 12월부터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은 이에 힘입어 일본 파나소닉과 세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이미 내상이 깊은 한국 조선산업의 몰락 이면에는 중국 정부가 주도한 사실상의 ‘보조금 마케팅’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게 조선 업계의 정설이다. 금융권을 동원해 중국 조선소에 물량을 발주하는 해외 선사에는 선박값의 80∼90%를 거의 무상으로 빌려주고 나중에 운용해 가면서 돈을 갚도록 해 온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입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쪼그라든 상황이다. 세계 1위인 삼성 TV나 국내 1위인 현대 차의 점유율은 3%대로 주저앉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중국 정부의 ‘반칙 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관범·권도경·박준우 기자 frog72@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