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의 정기주주총회 개최가 한창이다. 상장회사라면 매년 이맘때 늘 거치는 행사지만, 올해 기업들은 예년과 달리 더욱 긴장된 상태로 주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로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된 이후 첫 주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감독 당국과 유관 기관에서는, 주주총회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모바일 전자투표 시스템을 마련했고, 지난해 하루에 893개사의 주총이 개최됐던 이른바 ‘슈퍼주총데이’도 분산화를 통해 올해는 540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전자투표와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주총 분산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에는 관리종목 지정 등으로 시장 조치를 면제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 등을 통해 주주권 행사 대(對)국민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1월 중에 시행된 정책임에도 상당수 기업이 정부 정책에 따라 주주총회 자율 분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제도 등을 활용해 주주총회의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해도 의결권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은 영업이나 생산직원까지 동원해서 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 주주총회가 불성립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9일 주주총회를 개최한 영진약품의 경우, 전자투표, 위임장 권유, 주주총회 분산화 등 모든 정책에 따랐고, 직원들도 전국 각지의 주주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61.54%라는 다수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감사위원 선임에는 실패했다. 대주주의 3% 의결권 제한 규제로 인해 결의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십수 년 동안 상장회사의 주주총회를 진행해 봤고, 최근에 마친 소속회사들의 주주총회도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반 주주들이 주주권 행사에 무관심한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한 해 부지런히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주주총회 결의 방법을 완화하는 상법 개정을 요청했다. 많은 상장회사가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 전에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몇 차례 법안 심사가 있었음에도 여야 합의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상장회사들은 정기 주주총회를 정상적으로 마치기 위해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독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들이는 시간과 비용, 노력에 비하면 주주들의 참여율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또한, 매번 이런 식으로 만사를 제쳐 두고 주주들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
현 상황에서 상장회사가 기댈 곳은 주주들밖에 없다. 누구나 다 “주식회사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주주(株主)’라고 답한다. 주인인 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의무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주주총회에 의결권을 행사해 투자한 기업이 정상적으로 경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투자한 상장주식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주주들의 주총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더불어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가 하루바삐 주총 결의 요건과 감사 선임 시 의결권 제한 완화를 위한 상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뛰어야 할 기업들을 언제까지 임시 주총 개최와 감사 선임에 잡아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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