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미·북 회담 연계’ 발언이 한·미 관계를 다시 흔들고 있다. 특히,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 날짜가 다음 달 27일로 발표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나왔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이미 원칙적 합의에 이른 FTA 개정 문제와 관련,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왜 이러는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불과 사흘 전 양국이 잠정 합의를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원더풀 딜’ 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음을 고려할 때, 급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트위터’가 아니라 대중 연설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스타일을 고려하더라도 강한 의지가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은 당장 알기 어렵다. FTA 개정이 미국에 유리한 줄 알았다가 뒤늦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해 시간을 갖고 다시 협상해보겠다는 생각일 수도 있고, 북·중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날짜 합의 등의 진전을 보고 자신의 북한 비핵화 전략이 위협에 처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백악관 당국자들의 언급과 미국 주류 언론들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 국내에서도 이미 북핵 문제가 ‘남·북·중 대(對) 미’의 구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29일 남북고위급회담 결과 정상회담 날짜만 발표됐을 뿐, 정작 중요한 ‘의제’는 뒷전이었다. 그것도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단계적 비핵화’를 제시한 직후였다. 이는 미국의 CVID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문 정부가 문제 제기는커녕 북한·중국과 맞장구를 치게 되면 미국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임은 당연하다. 청와대가 구성한 정상회담 자문단의 정세현 전 통일장관은 “우리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문 정부와 중국, 북한이 ‘단계 해결’ 편에 서고, 미국과 일본이 ‘일괄 해결’을 요구하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하다. 한때 ‘고르디우스 매듭’ 운운하던 청와대 측이 ‘25년 끌어온 북핵 문제를 한 칼에 어떻게 끊느냐’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이 아니더라도 동맹의 탈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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