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한 장면.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한 장면.
- 여배우 氣살리기…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송지효

예능·드라마 오가며 17년 연기
6년만에 성인물로 스크린 복귀

“불륜 소재? 불륜은 장치일 뿐
맡은 역할 잘 표현하는데 집중
더 다양한 캐릭터 만나고싶어”



“‘참 잘했어요’ 도장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잘 버텨왔다고 생각해요.”

17년 차 배우 송지효(사진)가 연기인생을 돌아보며 자평한 말이다. 지난 2001년 잡지 표지 모델로 데뷔한 그는 첫 영화 ‘여고괴담3-여우계단’(2003년)에 출연했고 ‘색즉시공2’(2007년), ‘쌍화점’(2008년), ‘강력반’(2011년), ‘신세계’(2012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연기 내공을 키워왔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나서던 그가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은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 오는 5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불륜’을 소재로 한 성인용 코미디물이다.

송지효는 제주도 바닷가에서 남편 봉수(신하균)와 함께 예쁜 이탈리안 식당을 운영하는 미영을 연기했다. 미영은 오빠 석근(이성민) 부부와 한울타리 안에 집을 짓고 산다. 석근은 ‘프로’ 바람둥이로, 아내밖에 모르고 사는 순진한 매제 봉수를 바람의 늪에 빠뜨린다. 결혼 8년 차인 미영은 SNS에 빠져 살며 마음이 딴 데 가있는 봉수에게 아기를 갖자고 조른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석근과 알고 지내던 제니(이엘)가 봉수와 가까워진 후 미영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며 네 사람의 관계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온 송지효를 직접 만나보니 실제 모습은 방송에서 본 것보다 더 털털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좀 말하는 게 중구난방이고, 논리정연하지도 않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하며 소탈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먼저 2년 전 방영된 JTBC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 이어 ‘불륜’ 소재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지난 번 드라마도 그렇고, 이번 영화도 ‘불륜’은 장치일 뿐이에요. 사람들은 모두 외롭고, 그런 사람들이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장치죠. 그래서 소재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어떤 소재든 제가 맡은 역할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니까요. 물론 저도 바람피우는 걸 나쁘게 생각해요. 간통죄는 없어졌지만 불륜은 벌을 받아야 할 나쁜 일이죠.”

코미디, 사극, 범죄드라마 등 장르를 갈아타온 이유도 궁금하다.

“제가 모험을 좋아해요. 성격상 뭔가 한 가지를 꾸준히 하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 작품의 일관성이 없죠.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저 자신이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남녀 배우 4명이 감각적인 대사를 빠르게 주고받으며 웃음을 유발하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말이 느린 그는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병헌 감독님의 전작 ‘스물’을 보고 깔끔한 느낌이 좋았어요. (이)성민 선배, (신)하균 선배, 이엘 씨 등 출연진도 좋아서 이번 영화에 꼭 끼고 싶었어요. 근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빠른 템포로 흘러가는 감독님의 스타일을 따라가기 버겁더라고요. 제가 참을성은 많은데 순발력이 약하거든요. 끝날 때쯤 익숙해졌지만 100% 이해하진 못했어요. 완성본을 보고 많이 후회했어요. 왜 그런 디렉션이 필요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더 노력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어요.”

충무로에 여배우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선배들의 노력을 통해 지금 제가 뭐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듯 저도 여배우의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해요.”

그에게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크냐”고 묻자 “숫자에 무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작품 자체에 의의를 두죠. 영화 홍보도 열심히 하고, 무대 인사도 최선을 다해 임해요. 사실상 결과는 시청률이나 관객 수 등 숫자로 나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죠. 제가 좀 어려 보이고, 책임감이 부족해 보이나요?(웃음).”

그를 만난 날 배우 최지우의 결혼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먼저 “그 소식 들으셨어요?”라고 묻길래 그에게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을 되물었다.

“사랑에 훅 빠지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사랑하죠. 결혼도 하긴 해야죠. 아기 낳을 생각하면 빨리 해야겠지만 숙제하듯 서두르진 않을 거예요. 최지우 씨 결혼소식을 들으니 부럽긴 하네요(웃음).”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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