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입문뒤에 가장 많이 들어 기분 언짢고 자존감 떨어뜨려 심리적 위축 스스로 떨쳐내야 ‘해도 된다’ 긍정적 자세 필요
‘8자 스윙’으로 유명한 짐 퓨릭 엉성한 폼 불구 좋은 성적 올려
억지로 폼 고치려 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스윙 찾아야
골프를 시작하는 이유는 많다. 이유가 무엇이든 대부분은 설레는 마음으로 골프에 입문한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이 사라지기까지 몇 개월, 아니 십 수일도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골프를 시작하자마자 레슨코치는 ‘하지 마라’는 주문을 쏟아낸다. 배우면 배울수록 잔소리는 더 많아진다. ‘고개를 들지 마라’ ‘팔꿈치를 펴지 마라’ ‘일어서지 마라’ ‘다리를 펴지 마라’ ‘허리를 펴지 마라’ ‘몸의 중심을 오른쪽에 두지 마라’ ‘손목을 쓰지 마라’ 등등 연습장이나 필드에서 끊임없이 ‘∼하지 마라’는 말이 이어진다. 초보자는 골프 클럽을 휘두르기가 무서울 정도다.
우리나라는 ‘하지 마라’ 공화국에 비유할 수 있다. 골프뿐이랴. 어렸을 때부터 부모, 선생님을 비롯한 손윗사람한테서 무수히 ‘하지 마라’는 말을 들어왔다. 어릴 적엔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골프에 입문할 정도라면 대개 사회적으로나 연륜으로나 ‘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 위치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골프에 입문하면서 다시 들으니 짜증도 나고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 때도 있다. 웬만한 실력을 지닌 주말 골퍼들도 한두 번은 ‘그만 포기할까?’라며 갈등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골프를 포기하지 않고 싱글 핸디캐퍼 반열까지 올랐다면 충분히 존중받고 존경받을 만하다.
일반적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누군가를 가르칠 때 ‘∼하지 마라’고 요구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하지 마라’와 같은 부정문 형식의 말은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나쁜 행동을 교정할 때 ‘∼하지 않기’와 같은 행동은 목표로 삼지 않는다. 대신에 ‘∼하기’를 목표로 삼는다. 이유는 많다. 첫째 ‘하지 마라’는 말은 단지 그 행동을 하지 말라, 즉 멈추라는 뜻이다. 그것뿐이다. 바람직한 행동이 무엇인지는 전달해 주지 않는다.
둘째 ‘하지 마라’는 말의 이면에는 그런 행동은 ‘어리석은 행동’ 혹은 ‘나쁜 행동’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결국 ‘하지 마라’는 지적을 당하면 어리석고 나쁜 행동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몸 따로 마음 따로’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언짢아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다. 이런 마음이 들면 무엇이든 하기 싫어지고 실력도 늘지 않는다.
주말 골퍼들은 프로의 폼을 모델로 삼아 연습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 번쯤은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최경주, 김대현, 김경태, 줄리 잉스터, 애니카 소렌스탐, 박세리 등의 멋진 스윙을 흉내 냈을지 모른다. 호쾌하고 폭발적인 스윙이나 유연하고 아름다운 스윙에 얼마나 매료됐던가.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좌절하고 낙담했던가.
짐 퓨릭(사진)은 꾸준한 실력에도 ‘8자 스윙’ 탓에 본받지 않아야 할 이상한 스윙의 대명사가 됐다. 퓨릭의 스윙은 교본에 없고, 레슨코치들로부터 지적을 받는 나쁜 스윙이다. 하지만 그는 2016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 마지막 날 ‘꿈의 타수’인 58타를 챙겼다. 주말 골퍼 중에서도 정말로 엉뚱한 스윙으로 270∼280야드를 날리는 경우는 참 많다. 또 그런 폼으로 70대의 싱글 스코어를 작성하는 골퍼도 많다. 필자는 쉰 살이 넘어 골프에 입문했지만 변변한 레슨 한번 받지 않았다. 그래서 폼이 엉성하다. 하지만 입문 3년 만에 70대 스코어에 이르렀고 그 누구와 맞붙어도 주눅 들지 않고 즐기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 무조건 ‘∼하지 마라’라고 요구하는 건 분명 옳지 않다. 배우는 사람도 그 말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안 되는 걸 붙잡고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이 세상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도 되는 것이 너무 많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반대로 하는 골프’의 저자인 최혜영 씨는 ‘머리를 억지로 고정할 필요가 없다’ ‘백스윙 때 무리하게 팔을 곧게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공감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