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가 아니라 ‘사면참(參)가’입니다” “잔인한 4월이 될 것 같습니다” “손발(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머리(최종구 금융위원장)를 압도하는 것 아닌가요?”
2일 참여연대 출신의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자 재계와 금융권 인사들이 털어놓은 속내다. 재벌 개혁을 주도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김 신임 금융감독원장까지 가세하며 ‘참여연대 트리오’가 진영을 갖추자 재계는 바짝 움츠러들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을 중심으로 기업과 금융에 있어 사실상 ‘검찰’ 역할을 하는 수장들의 생각과 여당의 ‘코드’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서 재벌 개혁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이날 “이번 금감원장 인사는 큰 그림에서 보면 금융사 하나만 끼어있어도 금·산 복합 기업집단으로 간주하고, 기업의 건전성을 보면서 전체적인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사를 가진 대기업들을 고객들 자산을 이용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집단으로 보는 것으로 시사된다”며 “금융사를 가진 기업들 전체를 들여다보겠다고 달려들면 마치 정부가 국내 대기업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미국의 구글과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처럼 지주회사들이 금·산 융합기업으로 가고 있는 것과도 반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재계는 현재 여당이 삼성을 겨냥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김 신임 금감원장이 이미 19대 국회의원 시절에 발의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 기준으로 총자산의 3%만 허용하도록 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8.23%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은 상당한 지분을 내다 팔아야 한다. 이로 인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현 20%에서 15% 안팎으로 급감한다.
공정위도 8년 만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 중이고, 재벌 공익법인 본격조사 등 전방위로 재벌기업 압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여당도 금융보험회사의 비금융 상장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오너 일가 지분 직접 매입’이라는 모범 답안을 써낸 상황에서 기업들이 강한 압박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여당이 추진하는 법률안 자체로도 이미 대기업들이 외부 경영권 공격에 심각하게 노출될 상황에서 경제와 금융검찰 역할을 하는 수장들이 모두 ‘재벌 저격수’로만 채워져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