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왼쪽 세 번째)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김기식(왼쪽 세 번째)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 오늘 금감원장 취임식

“권위는 칼휘두를 때 아닌
국민신뢰 받을 때 따라와
금융감독 조화·균형 유지”

‘강성’ 이미지 평가에 부담
기자들에 “난 규제론자 아냐”
反기업 정책추진 여부 촉각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2일 “감독당국으로서 우리의 권위는 칼을 휘두르며 위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금융감독원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감원이) 금융감독당국으로서의 영이 서야 할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 시절 ‘저격수’로 불리며 기업·금융권을 긴장시켰던 김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권에 대한 압박보다 신뢰를 강조했다.

김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융감독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권한을 금융감독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 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며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어 “금융감독에 있어 조화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하는 길”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김 원장은 취임식 후 기자실을 방문해 “그동안은 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 역할을 했고 이제는 금감원장으로 그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면서 “제가 일방적인 규제 강화론자로 잘못 알려졌는데 저를 너무 한쪽 방향으로 몰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주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자신이 ‘강성의 낙하산’ 이미지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원장의 이러한 초심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회의원 시절 4년 동안 보여줬던 반(反)기업 정서가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역학 관계에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원장은 과거 의정활동 시절 민간 금융권은 물론, 이른바 ‘모피아’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이끄는 금융위원회에 대해서도 불편한 시각을 보인 바 있다.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선 당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었던 최 위원장을 ‘모피아’라고 부르며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몰아붙였고, 실제 최 위원장은 사퇴했다.

특정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은 엇박자를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예외 법안에 대해서도 최 위원장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길을 터주자는 입장인 반면, 김 원장은 강하게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 최 위원장과 김 원장 사이에는 서로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지키면 괜찮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서로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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