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조2400억원 관세 규모 철강·알루미늄 손해액 해당 예고발표 10일만에 전격 단행 한편선 “협상만이 올바른 선택”
백악관 공식반응 아직 없어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등 128개 품목에 대해 2일부터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표명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중국의 보복 조치로 미·중 간 무역전쟁이 확전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중국 재정부·상무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부터 미국산 돼지고기와 과일 등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기존 관세 외에 추가로 15~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달 23일 중국 상무부가 성명을 통해 예고한 보복 관세 조치를 10일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모두 30억 달러(약 3조2400억 원)에 달하는 관세 규모로, 먼저 미국산 돈육과 돈육제품,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 품목(19억9200만 달러)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과일, 건과 및 견과, 와인, 에틸알코올, 서양 인삼, 심리스 강관 등 모두 120개 미국산 제품(9억7700만 달러)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의 조치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맞보복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 국가 안보 침해를 이유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 서명한 데 이어 미국의 지식재산권 침탈을 빌미로 추가로 60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먼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조치에 따른 손해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보복 관세를 이번에 부과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이 60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관세 조치에 나서면 이에 대해서도 정면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대두 관세 부과의 카드를 손에 쥐고 미국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규모는 지난해 139억 달러에 달하고 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에서 생산되는 만큼 보복관세의 강력한 수단인 것으로 관측된다. 동시에 중국은 물밑으로 서로 ‘주고받기’를 통한 무역전쟁 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중국 재정부는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으로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백악관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감은 확산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맞대응(tit-for-tat) 식의 무역 조치가 초래하는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 위기를 낳을 것”이라면서 “미래 발전 속도를 늦추게 할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무역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게 되면서 그야말로 혼돈(chaos)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 비용 문제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연계하겠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미국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와 보호무역주의 행보를 지속했다. 그는 “멕시코가 대규모 마약과 사람들 유입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NAFTA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멕시코가 국경보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NAFTA를 끝내겠다는 협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