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소통 증대 목적으로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애초 취지와 달리 ‘정부 정책 선전장’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참가자 20만 명을 넘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국민청원 가운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단순 지지 의사 표명 수준의 글들이 포함돼 있다. 행정기관장의 ‘요청’에 응답해 올리는 일종의 ‘주문형’ 청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일 오전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제목의 청원은 20만7772명의 추천을 받아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마감된 이 청원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제정의 구현을 위한 정책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시다! 정치민주화보다 더 지난한 일로 많은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어느 정책의 어떤 부분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아예 없었다.
게다가 이 청원은 김 위원장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주문 제작’ 국민청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중소상공인 주최 상인단체 관계자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민주화도 국민의 책임”이라며 “청와대에 국민청원 좀 해달라. 그러면 즉각 응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토익 갑질’을 성토하는 국민청원을 계기로 공정위가 토익 주관사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간 뒤 관련 규정이 신속히 개선된 사례를 거론하며, “힘을 보여줘야 그 힘을 받아 일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청원은 김 위원장의 제안 당일 즉각 게재됐다. 답변은 김 위원장이 이달 중 직접 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민주화 청원은 ‘정부가 묻고 정부가 답하는 꼴’로,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관제 청원’에 불과하다”며 “질의와 요청 내용도 없이 단순히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수준의 주문형 응답을 청원으로 볼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실장은 “이런 식이면 국민청원이 정부 정책 선전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국민들은 정부 개헌안을 지지합니다. 정부의 개헌을 꼭 실현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역시 22만3757명이 참여해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