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인들이 9월 셋째 월요일 경로의 날을 맞아 도쿄 한 공원에서 함께 모여 나무 덤벨을 갖고 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 노인들이 9월 셋째 월요일 경로의 날을 맞아 도쿄 한 공원에서 함께 모여 나무 덤벨을 갖고 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3부. 인구 절벽과 초고령화 사회8 이웃나라 일본

초고령화로 부작용 심각하자
‘노인 친화적 환경’ 조성 집중

지역의사회 순환 간병서비스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 지원
치매 자원봉사·강좌 개설도

외국인 간병인력 2000명 유치
기업은 ‘고독사 보험’ 내놓기도


한국은 예상보다 빨리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전체 인구 중 고령자(65세 이상)가 14%를 넘겼다. 고령화가 앞당겨진 이유는 출생률이 떨어지는 데다 수명 연장까지 겹쳐 고령 인구의 덩치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 변화는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추세가 큰 외부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에 앞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 사례는 우리 입장에선 대단히 귀중한 참고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지난 1994년 고령사회를 지났고 현재는 고령화율 27%로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인구 고령화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고 일부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내부 사정과 산업 구조가 적지 않게 다른 일본 사례를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행정부 등 공공 부문이나 기업에서 정책이나 전략 수립 과정에서 일본의 다양한 사례를 곱씹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동체(커뮤니티) 해법 =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도에 인접한 일본 지바(千葉)현 가시와(柏)시에 위치한 도요시키다이(豊四季台) 단지는 초고령사회의 모델 도시로 이름이 높다.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자주 찾는다고 한다. 도요시키다이 단지는 지난 1964년 도쿄의 베드타운 활용 목적으로 조성됐다. 첨단 시설을 갖춘 데다 30∼40분이면 도쿄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당시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나면서 도요시키다이는 고령화율 41%에 주민 중 40%가 마을을 떠나면서 활력을 잃은 도시가 됐다. 보다 못한 가시와시가 도시재생기구(UR), 도쿄대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 등과 손잡고 단지 재생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친고령자 마을 만들기의 핵심은 재택 간병과 평생 현역 등 두 가지다. 노인들이 지금까지 살던 집에서 간병과 치료를 받으면서 안심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퇴직 후에도 보람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역 의사회는 순번을 정해 순환 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간병 서비스의 거점 지역의료연계센터도 설립했다. 요양원은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령자 파트타임 직원을 적극 고용했다. 노인들 입장에선 많은 돈은 아니지만 가벼운 노동으로 경제적 자립에 일부 도움을 받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2016년 4월 3세대 동거와 관련한 특별 조치를 발표했다. 3대가 함께 살기 위해 집을 개조하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전체 공사 비용의 10%를 그해 소득에서 공제해주고 개·보수 비용을 은행에서 대출할 경우 대출금 일부를 소득공제해 준다. 저출산·고령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목적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과 인구문제연구소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부부 중 어느 한쪽의 부모와 함께 살 경우 최종적으로 갖는 아이 수가 2.09명으로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경우의 1.84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에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 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한 지방자치단체들도 몇몇 있었다. 후쿠야마(福山)현은 3세대 가족에게 육아 지원비 명목으로 손주 1인당 10만 엔을 책정하고 있고 3세대 가족 중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가 있을 경우 요양시설 이용권을 주는 등 대가족 지원 정책을 실시해오고 있다. 후쿠야마현의 3세대 동거 비율은 2016년 기준 23%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 떠맡는 사회 = 일본의 치매 환자는 2015년 기준 약 520만 명으로 고령자 약 일곱 명 중 한 명이 치매로 고통을 겪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행정부는 2015년 신오렌지 플랜이라는 이름의 국가 치매 대응 전략을 내놨고 지자체들은 이러한 정부 정책에 맞춰 다양한 치매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토(京都)부 우지(宇治)시는 지난 2015년 ‘치매 환자가 살기 편한 마을, 우지’를 선언하면서 치매 카페 설치·치매 환자 자원봉사자 양성·치매 교육 강좌 등 치매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가령 이 지역 대형마트 직원 90%가 치매 서포터 양성 강좌를 수강해 치매 환자들의 쇼핑을 적극 돕고 있다. 치매 카페란 우지시를 비롯해 전국에 약 650곳이 운영되고 있는데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 주민,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여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장소다. 치매 카페는 치매 환자를 특별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정이다.

일본은 또 간병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간병 인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간병인 평균 월급은 약 20만 엔이다. 일반 직업의 평균 월급보다 10만 엔이나 적다. 더구나 배설 보조 등과 같은 간병 업무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인내를 요구해 일본에서 간병 인력 부족 사태는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다. 일본은 지난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시작으로 외국인 간병 인력을 인턴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병원이나 노인 요양·복지 시설에서 3년간 일하면서 사회복지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이후 체류 기간에 제한받지 않고 일본에서 근무할 수 있다. 2014년부터 베트남과 국가 협약을 체결해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2000여 명의 외국인 간병 인력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기여 = 일본에선 고독사 보험이 인기다. 일본 주요 보험회사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독사 보험의 수혜자는 고독사하는 노인들이 아니라 독거노인에게 집을 빌려주는 임대업자다. 연고자가 아무도 없는 입주자가 어느 날 갑자기 숨을 거두면 장례 등 복잡한 문제를 결국 집주인이 책임지고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신이 썩기라도 하면 집 전체를 수리해야 한다. 임대인은 혼자 사는 고령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데 고독사 보험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주인이 사망하면 그 반려동물을 인계받아 보살펴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주인이 사망하거나 요양시설에 들어가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신탁 계약 시 지정한 믿을만한 가족, 친구 등 새 주인에게 반려동물을 인계하고 신탁 재산에서 사육비를 지불하는 구조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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