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신과함께’ 무대 직접 체험해보니…

7개지옥·저승차사 영적 능력
80㎡ LED 스크린으로 변주
죽어서 가는 초문군行 열차밖엔
‘헬벅스’ 포스터만 어지러이…

죄의 무게다는 저울 올라가니
추 더해질 때마다 고꾸라질 듯


한국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저승 판타지가 서울예술단의 스테디셀러 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으로 돌아왔다. 관객 1400만 명을 동원한 동명의 영화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에 기댔던 것과 달리, 제한된 시공간에서 다양한 무대장치를 통해 원작의 상상력을 풀어냈다. 간 질환으로 30대에 요절한 주인공 김자홍이 거친 7개의 지옥과 저승차사들의 영적 능력을 역동적으로 표현해낸 일등 공신은 국내 뮤지컬 공연 최초로 무대 바닥을 가득 채운 80㎡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주변을 둘러싼 지름 17m의 바퀴 모양 구조물도 이승의 곳곳으로 변주되며 공간을 확장해나간다.

김자홍이 거쳐 간 저승의 주요 지점들을 기자가 지난달 29일 직접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라 체험해봤다. 특별히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을 받을 만한 선행도 한 적 없는 미적지근한 삶, 김자홍은 기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해서다. 작품은 오는 15일까지 공연된다.

#1. 저승행 열차 = 영혼이 된 김자홍이 저승차사의 손에 이끌려 탄 것은 다름 아닌 저승행 열차. 저승차사 강림의 외침과 함께 지하에 숨겨져 있던 열차가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을 상징하는 일산 대화역에서 출발해 저승의 입구인 초문군을 향해 가는 열차에 타니, 기자의 꽉 쥔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열차 곳곳에는 스타벅스를 변형한 ‘헬벅스(Hellbucks)’ 등의 포스터가 여럿 붙여져 있었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니 지상과 멀어진다는 게 실감이 났다. 실제 혼들을 태운 열차였다면 이곳에는 냉골방에서 숨을 거둔 노인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숨진 중년의 가장도 있을 터였다.

#2. 검수지옥 = 김자홍을 비롯한 망자들의 혼은 7개의 지옥을 49일간 헤쳐나가야 하는 처지다. 전체적인 공과를 보는 진광대왕의 도산지옥과 탐욕을 벌하는 초강대왕의 화탕지옥, 불효를 심판하는 송제대왕의 한빙지옥을 거쳐 네 번째로 도착하는 곳은 오관대왕의 검수지옥. 무대에 서니 칼로 만들어진 수풀 형상이 LED 스크린을 통해 넓게 펼쳐져 있어 발을 딛기 어려웠다. 바닥 전면에서 나오는 영상은 그저 장식물이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을 이동시키고 이야기를 해설하는 기능을 했다.

검수지옥을 통과하기 위해 꼭 한번은 거쳐야 한다는 ‘업칭(죄의 무게를 다는 저울)’에도 조심스레 올라가 봤다. 총 다섯 개의 추가 맞은편 저울추의 무게보다 가벼워야 이곳을 통과할 수 있다. 수관추(살생), 철관추(도둑질), 토관추(음주)… 추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금방이라도 기울어진 저울을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고꾸라질 듯했다.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기자와 달리,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했던 김자홍은 접시 모양의 작관추(말을 함부로 한 죄)가 가벼웠던 덕분에 이곳을 통과할 수 있었다.

#3. 거해지옥 = 숨진 지 49일째,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태산지왕의 거해지옥이다. 입으로 지은 죄를 처벌하는 염라대왕의 발설지옥과 강력범죄를 재판하는 변성대왕의 독사지옥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남을 속여 이득을 본 죄인의 몸을 거대한 전기톱으로 절단하는 형벌이 주어진다. 기둥에 손이 묶인 채로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기자에게 200㎏에 달하는 톱이 날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다가왔다. 기둥에 묶인 자세로는 톱날이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가늠할 수 없기에 턱턱 막혀오는 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소개팅 자리에 나가보니 상대가 다단계 판매원인 것은 약과, 평생 남에게 속고만 살아온 어리숙한 김자홍은 이곳마저 무사히 통과했다.

작품은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온 김자홍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끝을 맺지만, 이 같은 결과가 온전히 그의 힘만은 아니다. ‘어떤 망자도 억울해선 안 된다’는 소명을 갖고 공정과 정의를 추구했던 변호사 진기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가 생략한 진기한이라는 캐릭터를 뮤지컬에선 의미 있게 되살린 이유를 작품을 보며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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