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오른쪽)가 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 10번 홀에서 열린 LPGA투어 ANA인스피레이션 8차 연장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웨덴의 페르닐라 린드베리를 포옹하며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NA인스피레이션 준우승
박, 세계랭킹 9위→3위 껑충 시즌 상금 48만달러로 1위 린드베리 “이순간 꿈꿔왔다”
이틀동안 피말랐던 명승부 US오픈 이후 7년만에 재연
보기 드문 명승부가 연출됐다.
1박 2일간 8차례 연장접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피레이션(총상금 280만 달러)에서 박인비(30)와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는 이틀에 걸쳐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메이저대회에서 일몰로 인해 다음날로 승부가 연기된 건 2011년 US여자오픈 이후 7년 만이다. 전날 박인비와 린드베리, 그리고 재미교포 제니퍼 송(29)은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동률을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1972년 출범한 이 대회에서 3명이 연장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파 72)에서 열린 3차 연장에서 제니퍼 송이 먼저 탈락했고, 대형 조명기구를 켜고 진행한 4차 연장까지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우열을 가리지 못해 3일 0시 연장전이 재개됐다.
하루 넘긴 연장전은 3차례나 무승부가 빚어졌고 4번째, 전날까지 포함해 8번째 연장전에서 우승자가 가려졌다. 10번 홀(파 4)에서 열린 8차 연장전에서 박인비는 3m 버디 버팅을 남겨 둬 7.5m인 린드베리보다 유리했지만 린드베리가 먼저 버디를 낚아 박인비를 압박했다. 그리고 박인비의 퍼트는 왼쪽으로 살짝 비켜나가 ‘호수의 여왕’이란 타이틀은 린드베리에게 돌아갔다.
2010년 LPGA투어에 데뷔한 린드베리는 통산 193번째 출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대회에서 첫승을 거뒀기에 더욱 기뻤다. 린드베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 순간을 꿈꿔왔고 고교 재학 시절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적었던 것이 기억난다”며 “그 꿈을 마침내 현실로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 42만 달러(약 4억4300만 원)를 더해 린드베리의 투어 통산 상금은 234만7545달러가 됐다. 이번 대회 상금이 통산 상금의 20%가량 된다. 린드베리는 약혼자이자 캐디인 다니엘 테일러와 우승을 합작했다.
2013년 이 대회 우승자 박인비는 2015년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 이후 2년 8개월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박인비의 통산 20승, 메이저대회 8승, 시즌 2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하지만 박인비는 세계랭킹이 6계단이나 뛰어 3위가 됐다. 박인비는 지난달 열린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이번에 메이저대회 준우승을 더해 부상을 완벽하게 털어냈다는 걸 입증했다. 박인비는 손가락 등을 다쳐 지난해 1승에 그쳤다. 박인비는 ANA인스피레이션 상금 22만3635달러를 보태 이번 시즌 48만221달러로 상금 랭킹 1위가 됐다. 박인비는 평균 타수(69.00타)에서 미국의 제시카 코다(24·68.31타)에, 올해의 선수 포인트(54점)는 린드베리(60점)에 이어 2위다. 박인비는 2013년 4월 처음 세계 1위가 된 후 2015년 10월까지 92주간 1위 자리를 지켰으며 다시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1위는 펑샨샨(29·중국), 2위는 렉시 톰프슨(23·미국)이다.
박인비는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면서도 “예상보다 그린이 느려 오늘 퍼팅이 다소 짧았고 몇 차례 기회가 있었으나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연장전을 여덟 홀이나 펼친 것은 처음이었고, 린드베리의 우승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