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계청에 전화를 걸었다. 다음 날 아침에 나올 ‘고용동향’(2018년 2월)과 관련해 궁금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폐쇄를 앞둔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지역 고용에 미친 영향을 알고 싶어서 매월 나오는 고용동향에서 군산의 고용률과 실업률을 파악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답변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수치를 갖고는 있지만, 표본 수가 너무 적어 통계의 유의미성이 없어 공개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통계청 담당자는 “1년에 두 번쯤 표본을 늘려서 실시하는 다른 조사에서는 시(市) 단위의 고용동향도 나온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문득 “왜 매월 실시하는 고용 조사의 표본을 좀 더 늘려서 시 단위의 고용 동향을 파악할 수는 없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돈(국민 세금)만 좀 더 들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 현재 국민 세금을 쓰는 일 중에서 제대로 된 통계를 만드는 것보다 생산성이 더 높은 게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추가경정예산에서 군산처럼 구조조정으로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런데 문득, 공무원들은 제대로 된 통계도 없이 어떻게 지원 대책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통계 없이 대책을 만든다는 것은 전장에서 적(敵)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포탄을 마구잡이로 쏘는 것과 비슷한 일 아닐까.
올 1월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설(說)이 분분하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민간 전문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처음 적용된 1월 고용동향이 나오기 전날에도 통계청에 전화를 걸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역시 “없다”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업종의 고용 통계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작성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통계청 담당자는 “‘숙박 및 음식점업’, 편의점 등이 포함된 ‘도매 및 소매업’, 여행과 인력공급업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취업자의 변화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의 고용 상황을 모아서 보조 통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몇 년 전 통계청이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를 행정 자료를 활용한 ‘등록 센서스’ 방식과 전 국민의 20%만 표본 조사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예산 1400억 원을 절감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적이 있다. 행정 통계가 맞는지 틀리는지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기 위해 5년에 한 번씩 모집단 전부를 조사하는 전수조사(全數調査)를 해온 것인데, 왜 바꾼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는 뭐 좀 해보려고 하면 기초 통계가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통계가 있어야 정확한 현실 분석이 가능하고,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내년 예산 시즌의 막이 올랐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통계를 만드는 데 제발 돈 좀 쓰자.
ha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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