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성, 디코럼(decorum),  65×50㎝, 캔버스 위에 오일, 2009
김철성, 디코럼(decorum), 65×50㎝, 캔버스 위에 오일, 2009
어느덧 4월, 햇살이 중천에 떠서 대지를 달구는 시각이면 물빛은 바닥으로 숨는다. 한 점 티끌도 없는 무구(無垢)의 고요 속에 나를 잊고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답답했던 가슴이 트인다.

여기 ‘적(寂)과 무심의 미학’에도 권태가 있을 터, 그즈음 눈길은 발을 담그고서 정수리만 드러낸 돌멩이에 모인다. 이내 손바닥만 한 그늘 아래, 오감을 자극하는 풍경이 포착된다. 선경(仙境)이 심산유곡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요즘 같으면 저 여백을 ‘비움’보다는 ‘맑음’으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무욕의 허공임을 익히 알고 맞이했건만, 눈 뜨기도 어려운 환경이고 보니 달리 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 대목에서 여전히 작가의 고뇌가 엿보인다. 비우자니 찜찜하고, 그렇다고 물의 밀도를 담자니 내키지 않는…. 더러는 화면이 복잡해지는 것도 이 고뇌를 견디지 못해서이지.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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