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적(寂)과 무심의 미학’에도 권태가 있을 터, 그즈음 눈길은 발을 담그고서 정수리만 드러낸 돌멩이에 모인다. 이내 손바닥만 한 그늘 아래, 오감을 자극하는 풍경이 포착된다. 선경(仙境)이 심산유곡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요즘 같으면 저 여백을 ‘비움’보다는 ‘맑음’으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무욕의 허공임을 익히 알고 맞이했건만, 눈 뜨기도 어려운 환경이고 보니 달리 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 대목에서 여전히 작가의 고뇌가 엿보인다. 비우자니 찜찜하고, 그렇다고 물의 밀도를 담자니 내키지 않는…. 더러는 화면이 복잡해지는 것도 이 고뇌를 견디지 못해서이지.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