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41%… 젊은층 외면 잠재적 대선 주자 잇단 낙마 ABC “경쟁자 없이 재선 성공” 지지자 “임기 제한 철폐 개헌”
압둘팟타흐 시시(사진) 이집트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이 될 때와 똑같은 97%의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뒤 국민적 지지 속에 대통령직에 올랐고 재선에도 성공했지만 최근 대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장기 집권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집트의 민주주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우려 섞인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6∼28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투표에서 시시 대통령이 9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시시 대통령은 오는 2022년까지 4년 더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시시 대통령은 97%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개운치 않은 승리라는 시각이다. 미국 ABC방송은 “진짜 경쟁자 없이 얻어진 압승”이라고 전했고 영국 BBC방송은 “시시 대통령이 저조한 투표율 속에 두 번째 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사미 아난 전 육군참모총장이 군대의 허가 없이 출마를 선언했다는 등의 이유로 군 당국에 체포됐고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혔던 아흐메드 샤피크 전 총리는 갑자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선거에는 시시 대통령과 들러리 후보인 무명 정치인 무사 무스타파 무사 가드당 대표만 출마했다. ‘뻔한 선거’이다 보니 최종 투표율은 41%에 그쳤다. 젊은 층은 사실상 투표를 외면한 것으로 파악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시 대통령을 향한 권력 집중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벌써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애는 개헌을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마일 나스레딘 의원은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는 개헌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국방장관 출신인 시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심각한 사회·정치적 혼란으로 퇴진 요구가 거셌던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이듬해인 2014년 대선을 통해 97%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한 ‘재스민 혁명’의 물결이 이집트의 ‘1월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무하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무르시 전 대통령이 기대 속에 취임했지만 국민은 무르시 정권하에서 혼란이 심각하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시시 당시 국방장관은 이 같은 요구를 등에 업고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획득했다.